매일신문

독자 강추! 이곳 어때요-(7)밀양 정승골 '언덕위의 쉼터'

'하루나 이틀만에 다녀올 수 있는 깔끔하고 좋은 곳 어디 없나?' 이런 의문을 가질 때 생기는 망설임이 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 주는 식상함으로 신선함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첫 번째 망설임이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에 갔을 때 느낄 후회가 두 번째 망설임인 것이다. 여행 계획에서부터 찾아오는 망설임조차 의미 있다고 생각하며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는 짜릿함을 안겨 준 작년 초봄 가족 여행을 소개하려고 한다.

대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밀양.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정승골 언덕위의 쉼터'를 찾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은 벅찼다. 가창에서 팔조령을 지나 25번 국도를 타고 밀양 '긴늪'이라는 아주 생경한 이름의 숲을 지나고 다시 24번 국도를 타고 표충사까지. 구천교에서 좌회전한 후 산길을 따라 한참을 달린 후에야 언덕 위의 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골짜기 입구에서 쉼터까지는 4.5km 거리다. 지금이야 쉽게 얘기하지만 그 때는 길을 잘못 든 게 아닌가 했을 정도로 많이 헤맸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도시의 탁한 공기에 막혔던 나의 눈과 입이 얼음골보다 더 시원한 공기로 인해 탁 트였다. 헤맨 보람이 있었다. 유럽 스타일로 꾸며진 펜션과 정원에 놓여 있는 바비큐 시설에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우리 가족이 묵은 스마일 펜션은 안팎이 깔끔했다. 정갈한 이부자리, 편리한 주방 시설 그리고 맑은 공기는 이틀이지만 깊은 쉼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별히 많은 짐을 들고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리고 물놀이 할 수 있는 계곡이 펜션과 연결돼 있어서 여름철 가족 물놀이에 제격인 듯했다.

휴대전화가 되지 않을 만큼 깊은 골짜기. 작은 매점에 설치되어 있는 공중전화기가 외부와 연결시켜 주는 유일한 수단이었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펜션이 별장식 가족형(30평)과 방갈로(10평)로 지어져 있어서 가족 규모나 사용 용도에 맞게 고를 수 있어 획일적이지 않은 멋도 느껴졌다. 우리 가족은 별장식 가족형에 짐을 풀었다. 이용 요금은 별장식 가족형은 20만원, 방갈로는 8만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가족은 운 좋게 15만원에 묵을 수 있었다. 첫 손님인데다 비수기여서 주인이 특별히 할인을 해 주었다.

밤늦은 시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고기를 구워먹고 남은 숯불에 고구마를 구워먹는 소박함에 새벽이 오는 줄도 모르고 시간을 보낸 일이 마치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새벽을 맞으면서 느낀 가장 신비로운 것은 인공 조명이 없어 더없이 영롱하게 빛나는 별자리였다. 도심에서는 쏟아지는 별들을 보기가 어려우니 별을 그처럼 많이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최신애(경산시 압량면)

사진: 지난해 가족과 함께 찾은 밀양 정승골 '언덕위의 쉼터'에 있는 스마일 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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