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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전초교생 200여명 1박2일 기아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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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아이들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18일 오전 9시 달서구 용전초등학교 운동장. 200여 명의 초교생들이 전날 낮부터 시작된 18시간의 기아체험을 마치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배가 고픈 것을 아픈 것으로 착각, 보건실을 찾기도 하는 등 난생 처음 굶는 체험을 한 터라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표정만은 밝아 보였다.

이날 기아체험 행사는 학교와 학부모 측이 물질적 풍요 속에서 어려움을 모르는 자라는 아이들에게 식량부족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또래 아이들의 배고픔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이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것. 참가한 학생들은 5, 6명씩 조를 이뤄 생수 2ℓ, 빵 한 조각씩만을 지급받았다.

컵 스카우트 대장인 권용준(12)군은 "어머니가 해주는 밥이 너무 먹고 싶다"며 "세 끼를 굶고나니 음식의 소중함도 알게 됐고 맨발 체험을 통해 신발이 있어 얼마나 편리한지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걸 스카우트 회원인 박은영(10)양은 "저녁에 나눠준 빵 1조각을 수 십번 씹어 먹으며 '굶주림이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며 "아프리카 아이들은 매일 이런 생활을 한다니 너무 불쌍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기아체험이 끝날 무렵, 학생들은 각자 고사리손으로 낸 성금 30만4천710원을 모아 이재준 기아대책 대구본부장에게 전달했다. 이 본부장은 "대구에서 처음으로 '기아체험'이라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며 "학생들의 소중한 체험이 담긴 돈이므로 전 세계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소중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전할 쪽지를 풍선에 매달아 하늘 높이 날려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용전초교 학생들이 쓴 오색쪽지에는 '힘내! 곧 배부른 날이 올거야!', '너희들 배고픈 것 어떻게 참니?', '돈 보내줄테니 빵 사먹어!' 등 글들이 적혀 있었다.

학생들과 같이 기아체험을 한 모인식 교장은 "혹시나 학생들이 몰래 간식을 가져와 먹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잘 버텨줬다"며 "먹고 노는 오락성 행사보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배고픔과 불편함을 참아보는 행사가 값진 체험"이라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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