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 일병, 태연히 '총기난사' 재연

경기도 연천 중부전선 GP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김동민(22) 일병은 22일 GP 사건현장에서 유족 8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범행장면을 재연했다.

현장검증을 참관한 유족들의 말에 따르면 김 일병은 군복에 끈이 풀린 군화를신고 몸통에 포승줄이 묶인 상태에서 빈 탄창을 장착한 K-1 소총과 화약을 제거한수류탄 등 범행도구를 휴대하고 무척 담담하고 태연한 모습으로 범행 상황을 보여줬다.

김 일병은 유족들이 약간 웃음 띤 얼굴로 착각할 정도로 매우 냉정한 표정이었고 일부 유족들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했다. 김 일병이 상황을 재연하는 동안 생존 병사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믿기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김 일병을 지켜봤다.

숨진 차유철 상병의 아버지 정준(52)씨는 "'왜 그랬느냐'고 묻자 김 일병은 '미워서 다 죽이려고 그랬다'고 침착하게 대답해 사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전날새벽 3시까지 조사를 받았다는 생존 병사들의 지치고 불안한 모습과는 대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차씨는 "(김 일병을 대면하기 전) 용서를 바라는 군 수사관들의 부탁을 받고도처음엔 쫓아가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직접 얼굴을 보니 인간으로서 불쌍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족대표 조두하(50·조정웅 상병 아버지)씨는 "김 일병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올라 당장 달려들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정작 만나니 담담하고 냉정한 표정에 차마 달려들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범행상황이 재연되는 도중 유족들은 범행순서 등 김 일병의 행적에 대해 중간중간 질문을 던지고 항의하기도 했으나 김 일병과는 마찰이 없었다.

상황재연은 GP 상단 감시초소에서 경계근무을 서던 장면에서 시작돼 내부반에서총기를 꺼내고 화장실에 들러 탄창을 소총에 끼운 뒤 내무반으로 들어가 오른쪽 침상에 수류탄을 던지는 순으로 진행됐다.

김 일병은 총기를 꺼내기 전 내무반 출입문 오른쪽 자신의 침상 앞에 꼿꼿이 서서 2-3분간 고개를 숙인 채 범행을 고민하며 망설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 일병은 인원이 적은 오른쪽 침상에 수류탄을 던진 이유를 묻자 "동기인 천모일병이 왼쪽 침상에 있어 오른쪽으로 던졌다"고 대답했다.

김 일병은 이어 복도로 나와 체력단련실에서 전임 GP장을 쏜 뒤 상황실을 향해총격을 가하는 장면까지 태연히 재연했다.

김 일병의 상황 재연은 범행의 순서와 수사 부실 등을 문제삼는 일부 유족의 항의로 40여분만에 중단됐다.

유족들은 상황재연 참관에 앞서 생존 소대원들과 20여분간 개별 면담을 가졌다. 면담 결과를 종합하면 수류탄이 투척된 직후 왼쪽 침상 안쪽에 있던 유모 병장이 세차례 '비상'을 외쳤고 사망자로 추정되는 병사가 '불켜'라고 반복해 외쳤다.

이 때 출입문 가까이에 있던 차유철 상병이 '침착 침착'이라고 소리치며 전등을켠 직후 밖에서 김종명 중위, 조정웅 상병을 총격한 김 일병이 다시 내무반으로 돌아와 총구를 들이밀고 연속사격을 가해 출입문 바로 안쪽에 있던 차유철 상병이 스친 탄환 한발을 포함, 6발을 집중적으로 맞았다.

차 상병 유족은 "김 일병이 내무반으로 다시 들어서는 순간, 차 상병을 맞닥뜨려 총구만 들이대고 연속사격했고 이 때문에 사격각도가 좁아져 피해가 적었던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 고모부 권순상(44)씨는 "숨진 박 상병과 전 상병을 포함해 넷이 청소년대표 축구경기를 보고 새벽 1시 무렵까지 감자를 쪄 먹으면서 쉬었고 1시30분께 잠들었다"고 소대원 면담내용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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