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이별, 죽은이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

독자 한 분이 이번 군 총기 사고에 가슴 아파하던 중에 문득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듣고 직접 시를 썼습니다.

군 선배로서 우리나라 군대의 아픔을 직접 경험해봤기에 느낀 애절함을 독자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싣습니다.

이별, 죽은이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

이제사 맘을 추스려본다/그저께 접한 소식으로 적잖은 충격에 허탈감에 빠져 있었다.

/남자는 군대라는 통과의례를 통해 진정한 성인으로 거듭난다.

/제 아무리 남자답다는 소리를 들을지라도, 이 고난과 외로움의/터널을 지나지 못하면 마냥 미완의 대기로 남을 뿐이다.

18년전 안방에서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구역에서 버스를 타고/모퉁이를 도는데. 어느새 와계신 어머님을 차창 밖으로 보고/흐르던 그때의 눈물. 그 눈물보다 천배는 무거웠을 어머님의 가슴.

다시 만날 기약 있었기에 내 다시 남자로 태어나/당신 앞에 서리라 다짐했던 내 젊은 날의 초상. 이 땅에 태어난/힘없는 백성이 지고가야 할 내 민족의 무거운 돌덩이를 함께 진다는/가난한 청춘의 독백.

다시 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린 젊디젊은 청춘들을 추억한다.

/내 그들의 형으로, 선배로 지켜주지 못한 어줍잖은 이 나라의 답답함에/용서를 구한다.

끝이 없는 절망 속에 오열하는 그대들의 부모님을,/형제를, 친구들을 위로할 힘이 내 남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대들이여. 용서하고 눈감으라. 죽은이의 노래가 아닌/산자의 부릅뜸으로 남은 이를 위해 노래하라.

미처 피지 못한 한송이 꽃이지만 저 높은 그 곳. 억압과 상처 없는/그대들의 안식처에서 맘껏 푸르게 자라 이 땅에 슬픈 민족을 위해 기도하라.

이등병의 편지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편지./이등병의 편지는 이땅에서 가장 가난한 이의 외로운 읊조림./이등병의 편지는 도도히 흐르는 삶의 가장 겸손하고 맑은 독백.

내 다시 일어서서/그대들의 못다한 생의 불꽃. 다시는 꺼지지 않을 아름다운 산하에 수놓으러/남은 이들의 뜨거운 가슴과 더불어 흐르는 눈물 닦으려 하오

슬픔과 아픔이 없는 저 높은 곳에서/이 땅의 눈물 멈추게 해주오. 부디 편히 쉬소서.

최재두(서울빠리 입체 디자인 평생교육원 이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