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조와 함께

여섯시

까닭 없이 편도선이 부어오른다

생목이 조이는 어스름 속을 기어

냉방에 와 눕는 오후

손끝이 시리다

일몰은 잠결인 듯 창틀에 걸터앉아

목젖 가득 차오르는 하루를 털어낸다

뽑아낸 사금파리인가

창밖은 핏빛이다

내부에 가둬둔 그간의 목 메임도

뒤늦은 인사말처럼 방바닥에 흥건한데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여섯 시 그리고,

빈방

이경임 '오후 여섯시, 빈 방'

사람은 종국에는 혼자이다.

더불어 살아가면서 서로 적잖은 의지가지가 되곤 하지만 때로 절대고독이 앞을 가로막을 때 혼자임을 절감하게 된다.

'오후 여섯시, 빈 방'에는 그러한 정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 까닭이사 다 헤아리기 어렵지만, 어떤 말 못할 연유가 있었으리라. 어쩌지 못할 몹쓸 아픔과 고독을 노래로 치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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