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의 예술

50전 예술의 시각 2000년도에 유효

오늘의 예술/오카모토 타로 지음,김영주 옮김/눌와 펴냄

미술관에서 현대미술 작품 앞에서 난감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는가. 오늘날 현대미술은 쓰레기 더미를 모아놓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꺾어놓고 미술작품이라고 칭한다. 그때 '이게 무슨 미술작품인가'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 말은 곧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오늘의 예술'은 언제나 동시대인들의 의식을 훌쩍 뛰어넘어 한발 앞서가는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이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현대미술사 입문서다. 대부분 어렵게 생각하는 '예술'에 대해 갖고 있는 부담감과 오해와 편견을 비롯한 현 예술의 실태를 미술과 역사, 문화, 민족 등 다양한 범주를 넘나들며 생생하게 풀어낸다.

저자인 오카모토 타로(1911~1996)는 누구보다 정열적인 아방가르드 화가이자 조각가였다. 회화, 판화, 사진, 평론 등에서 일본 미술계를 이끌어나가면서 초현실주의 운동 등 전위적인 활동을 했다. 그의 예술은 피카소의 작품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일본에 만연해있던 형식주의의 벽에 상심해있던 그는 피카소의 작품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예술은 창조다. 절대로 기존의 형식을 그대로 옮긴다거나 똑같은 것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이때문에 예술의 절대조건인 새로움은 때로는 혐오스러운 것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고흐, 고갱, 세잔, 피카소는 모두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화가였기에 대가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1세기 전인 왕후귀족시대에 태어났다면 그 시대가 요구했던 타고난 자질과 요령을 표현하지 못해 화가의 길을 가지 못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개인 존중'의 사고가 팽배하면서 특출한 기예보다는 좀더 새로운 형식에 현실의 정서와 시대의 문제를 반영하는 그림이 존중받기 시작했다. 그런 시대의 흐름 덕분에 당시 혐오스럽다고 폄하되던 그들의 작품이 현대미술의 대표작으로 손꼽힐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예술을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시켜 바라보고 있다. 어떤 작품에 대해 '좋다'고 느끼는 것은 그 사람이 '생각한 만큼' 이해했다는 소리다. 따라서 이해가 안되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솔직한 마음으로 그림을 관찰하다가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앞서나가는 현대미술에 대한 견해를 직접 예술작품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에서 박람회 심벌인 높이 70미터의 '태양의 탑'을 완성,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몸소 보여준다. 이후 국제 박람회에서 상징탑을 세우게 되는 계기가 됐고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세운 올림픽 공원의 평화의 문도 그의 발상을 따른 것이다.

이 책은 놀랍게도 1954년에 씌어졌다. 그러면서도 현재 우리 미술풍토에 비추어 보아도 낯설지 않으며 현대미술 앞에 긴장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유익하다. 동양과 서구의 전위예술의 첫 만남의 충격에서부터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태도까지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는 이 글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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