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폐막된 제15회 대구국제현대음악제는 창작음악인들에게는 큰 이정표가 된 뜻깊은 행사였다.장맛비를 몰고 온 먹구름과 간간이 내비치는 햇살이 번갈아 자리바꿈을 하는 바람에 음악제 주관측이 사흘내내 가슴 졸여야 했지만 이제 국내외에 제법 명성이 알려진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축제는 개막 공연을 비롯 모두 11차례의 연주와 워크숍, 세미나 등 다양한 일정으로 짜여졌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첫날의 오페라 무대와 마지막 날의 피아노 독주였다. 오페라는 일반적으로 현대음악제 프로그램으로 잘 채택하지 않는 추세지만 이날 공연은 '한국 초연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세계적인 작곡가 톰 존슨의 '네음을 위한 오페라'는 제목에서도 암시하듯이 단지 네 개의 음으로 만든 70분짜리 오페라다. 자칫 단순해지기 쉬운 것을 최대한 다양하게 표현, 결코 지루하지는 않았으며, 출연 성악가들의 연기와 노래 덕분에 각 곡이 끝날 때 마다 웃음과 박수로 청중들이 호응을 해 주었다.
29일 피아니스트 신정희 초청연주회는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 프레드릭 레체프스키의 곡 '단결한 민족은 결코 패배하지 않으리라'(1975년)를 1시간 동안 암보로 연주했다. 난해한 현대음악곡이었지만 연주 중 휘파람과 목소리를 섞어가며 무대를 이끌었고, 피아노의 모든 테크닉이 요구된 곡이었음에도 자연스럽게, 힘들이지 않고 연주해 청중들의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예년에 비해 참가국과 전체 참가 인원이 훨씬 증가한 것도 괄목할만한 일이다. 톰 존슨을 비롯한 일본과 독일 등 외국 작곡가들과 강석희(서울대), 이만방(숙명여대'전국 작곡가회 회장), 박재은(상명대'전국 여성작곡가회 회장) 등 수십 명의 국내 유명 작곡가, 20여개 대학의 학생들이 참가, 연 인원 1천 명을 넘어섰다. 동구문화회관 측의 배려 덕에 이번 음악제가 양과 질에서 발전, 독일의 다름슈타트처럼 대구가 현대음악의 메카로 자리매김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눈에 띄었다. 예산 문제와 음악제의 효율적 운영이 그것이다. 매년 주제를 정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음악제가 되어야 한다. 음악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작품과 연주자의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연주 후 토론도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또 음악제에 걸맞게 초연 작품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떻든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대구국제현대음악제'가 활짝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은 집행위원, 스탭진의 희생의 결과이다.
임주섭/객원전문기자'영남대 작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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