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公職 부패 척결이나 잘하라

정부가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현직 비위 공직자의 민간기업 취업을 못하게 정부 보유 '인사 파일'을 제공하는 민간 분야 부패 방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방침이 나온 건 공직이나 정치권 못지않게 기업 등 민간 분야의 부패도 그만큼 심화된 현실을 그냥 두면 결국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패 척결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란 배경이 깔려 있다는 충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우선 대기업 등에서 임직원을 채용할 땐 정부의 인사 검증 이상의 철저한 거름 장치를 거친다는 점을 정부가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인사'에까지 개입하겠다는 건 '직업 선택의 자유'등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또 '공직자 검증용'으로 보유하고 있던 '인사 파일'을 민간기업에 제공하는 그 자체는 사생활이나 인권 침해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을 어기는 범법적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해도 그 수단이나 방법론에서 위헌적'범법적인 요소가 있으면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정부의 발상에 접한 업계에선 오히려 "남의 걱정 말고 공직과 정치권 부패나 제대로 척결하라"는 조소(嘲笑)를 보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걸 염두에 두고 노 대통령도 범법적 요소가 없도록 관계 부처에 철저한 검토를 당부했지만 정부의 '인사 파일 민간 제공'은 아무리 뜯어봐도 이런 걸 피해 갈 묘책이 없어 보인다.

우리 사회의 부패는 공직이나 정치권에 뿌리가 있고, 정권 후반기에 들면서 더욱 극성을 부릴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남의 집' 걱정을 할 게 아니라 '제 집 단속'이라도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계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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