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 심각한 대기 오염으로 소수만 생존해있다. 이들이 모여 살고 있는 첨단 시설의 건물. 직접 세상으로 나가 공기를 마실 수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곳에서의 생활은 오히려 편해보인다. 최신식의 놀이 시설, 첨단기술이 건강까지 관리해주고 식단도 자동 조절되니 아쉬울 게 별로 없다. 게다가 이들은 바깥 세상에서 구원된 선택된 사람들, 이제 복권에만 당첨되면 꿈의 낙원 '아일랜드'로 가는 티켓을 얻을 수도 있다.
재주꾼 마이클 베이 감독이 '아일랜드'로 돌아왔다. 2003년 '나쁜 녀석들2'를 만든 이후 2년만에 연출한 이 영화는 인간 복제를 화두로 꺼내든다.
에코 혹은 델타 등의 코드와 숫자의 조합으로 이뤄진 이름을 가진 이곳 사람들은 사실 복제인간이다. '당신들은 선택된 사람이다'고 끊임없이 칭찬을 받지만 건물의 뒷쪽에서 이들을 부르는 명칭은 '복제인간'(Clone) 혹은 '상품'(Product)이다.
배경도 2020년대다. 부자들은 거액의 돈을 투자해 자신들의 복제품들을 만든다. 이들은 아이를 낳는 데, 혹은 간 같은 장기의 이식에 사용된다. 결국 '아일랜드'행 당첨은 이들에게는 용도 폐기라는 뜻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의심'이라는 것을 해 본 복제인간은 링컨6-에코(이완 맥그리거)다. 그가 진실을 알게된 것은 친하게 지내던 조던2-델타(스칼렛 요한슨)의 아일랜드행이 결정된 날. 우연히 건물의 뒤편을 보게된 링컨은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결국 조던과 함께 생명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클론의 부정적인 면은 꽤 강도가 세다. 영화는 간을 빼내던 중 도망치려던 클론의 모습이나 대리출산 직후 아이를 안아보기도 전에 어김없이 죽임을 당하는 산모의 얼굴을 클로즈업 한다. 거대한 양수 주머니를 통해 잉태 혹은 생산되는 클론들, 후반부 클론과 본체는 서로 자신이 인간이라고 외친다.
감독은 전작들과 달리 초반 30분을 지루할 만큼 클론들의 일상생활에 투자한다. 이는 중반 이후 줄곧 액션 블록버스터의 공식을 따르는 이 영화에 최소한의 화두를 던져주지만 결과적으로는 줄거리에 대한 흡인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상황으로만 몰고가는 것도 소재의 무게에 비하면 너무 가벼워 보인다. 마이클 베이 특유의 팝콘영화를 기대했던 관객들도, 그의 새로운 영화에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던 영화팬들도 모두 극찬이나 비난을 퍼붓기 쉽지 않은 것은 이런 까닭이다. 21일 개봉. 12세 관람가, 1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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