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이의근 지사와 전화

대화 내용을 눈치 보지 않고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대면보다 전화 인터뷰가 편한 사람이 있다. 기자 개인의 경험으로는 이의근 지사도 전화 인터뷰가 편한 사람이다. 그의 화법은 모호할 때가 많다. 딱 부러지기보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웬만해서 속내를 내비치지 않는다. 그가 화를 냈다는 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다. 그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뱉어내기보다 갈무리하기를 택한다.

모진 말을 하는 법이 없고 남을 치켜세우기에 그에겐 적(敵)이 별로 없다. 행사 참석 때문에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는 그는 차 안에서 전화기를 곧잘 든다. 어떤 지역을 지날 때면 그곳에 사는 지인에게 안부전화를 거는 것을 잊지 않는다. "주지 스님입니까. 이의근입니다. 근처를 지나고 있는데 일정 때문에 뵙지 못하고 그냥 갑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지방선거 때 지역 불교계가 더 열성적으로 그에게 지지를 보낸 데에는 그의 친화력과 인맥 관리 노하우가 한몫을 했다.

1938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68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지런함은 타고 났다. 업무 스타일에 대해선 사람에 따라 호오가 엇갈리지만, 그만큼 열성적으로 도지사 일을 하는 사람은 앞으로 좀체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최하위 말단 공무원에서 출발해 대통령 행정수석, 민선 3선 지사에까지 오른 그는 공무원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이 지사는 요즘 기분이 한껏 고조돼 있다. 모 시사잡지에서 조사한 '대구'경북을 움직이는 사람'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55.8%)로 꼽혔기 때문이다.

이제 그의 임기도 1년이 채 안 남았다. 경북 민선도정을 10년을 끌어왔기에 레임덕이 두드러져 보일 수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1년은 그에게 지난 10년보다 중요한 시기일 수 있다. 공공기관 경북 도내 배치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역내 유치라는 메가톤급 과제 두 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소지역 이기주의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두 사안은 그가 주창하는 관용과 포용의 리더십만으로 풀어나가기 힘든 난제 중의 난제다. 이제부터는 추진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할는지 모른다. 예수는 "모든 사람이 너를 좋게 말할 때에, 네게 화가 있다"고 했다. 이 지사가 난마처럼 얽힌 두 과제를 잘 풀어 '오래 한 지사가 아닌, 기억에 남을 도백(道伯)'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해용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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