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짜다고 했다. 바다는 산골 동네의 저수지보다 엄청나게 크다는데
해변에 펼쳐진 모래는 햇살 아래 반짝여서 금모래 은모래가 된다고 했다.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볼 기회는 중학교 수학여행 때 찾아왔고 덤으로
수평선과 해변, 파도를 만났다.
첫 경험이란 게 대개 두서가 없듯이 바다와의 만남을 전후로 한 기억도
어설프다. 어린 마음에 육지의 끝이라는 감상적 기분이 보태져서인지
찬찬히 봄으로써 바다를 나의 내면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감정을
쏟아내기에 급급했다. 감정의 하수 종말 처리장 같았던 바다, 영혼의 세탁소,
바다로 향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그런 것일까.
두 번째 바다에 대한 기억은 깊숙한 침묵이었다. 이십여 년 전 화가로서
처음으로 경험한 해외 전시는 일본이었는데 시모노세키로 향하는 페리호로
현해탄을 건넜다. 저녁 무렵 출항한 커다란 배의 갑판에서 바라본 바다는 아득했다.
어둠 속 뱃전에서 항력으로 찢어지는 바다는 심연의 두려움을 불러내었고
마치 화가가 겪어야 할 행로를 일러주는 듯했다.
그러나 이역 항구에 닿을 때까지 어둠 속에서 지켜 본 항해가 불가해한 경전처럼
막막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가끔 멀리서 오징어를 잡는 배의 불빛으로 감지되던
노역의 숨소리는 바다의 요정 사이렌이 들려주는 격려라고 믿었으니까.
바다와 이런저런 만남 이후 아내의 화장기 없는 얼굴을 대하듯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내륙에서 살던 소년이 말로만 듣고 상상하던 바다를
어른이 되어 그린 것이다. 화가로서 처음 그린 마음의 바다였다.
글·그림 김창태 서양화가
'해변'(200×100cm·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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