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감독이 일냈다.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 CF 감독 출신으로, 단편영화 '내 나이키'를 연출한 경험이 전부다. 그런데 전쟁이란 소재를 휴머니즘이란 틀 속에 녹여내면서 풍성한 에피소드와 유머로 마무리해낸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오죽하면 제작자인 장진 감독이 "내가 주민등록증이 나온 뒤 제일 잘한 일이 박 감독에게 '웰컴 투 동막골'의 연출을 맡긴 일"이라고 했을까.
사실 스타 없는 블록버스터인 '웰컴 투 동막골'은 기획단계에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유명 투자사로부터 거절을 당하기까지 했던, 어찌보면 무모한 이 프로젝트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어낸 박광현 감독. 8월 4일 개봉을 앞두고 몰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평단과 시사회 관객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스타덤'에 오른 박 감독을 만났다.
-올해 최고 흥행작이 태어났다는 소리가 높다.
▶횟감이 너무 좋았다. 어떻게 회를 쳐도 최고의 맛이 나올 것이라 자신했다.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투자자들을 위한 프리젠테이션에 직접 참가했다. 며칠밤을 새워 자료를 만들었다. 보통 "저를 믿어주십시오"라고 할텐데, 그건 위험한 일이다. 나는 내 자신을 믿는 게 아니라, 내가 준비한 일을 믿는다. 프리젠테이션을 본 쇼박스의 정태성 상무가 "이 영화로 돈을 벌 수 있을진 몰라도 안하면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
-과감한 캐스팅이었다.
▶스타를 캐스팅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작품 아니냐. 하하.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을 욕심냈다. 특별히 신하균씨와는 인연이 있다. 내가 처음 만든 CF(맥도날드) 모델이었다. 그 광고로 머리 털 나고 처음 상을 받았다. 칸(은상)과 뉴욕(금상)의 광고제를 휩쓸었으니, 대단한 일이었다.
-원작인 연극을 직접 각색했다.
▶하늘에서 팝콘이 떨어지거나, 멧돼지를 잡는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하는 등 판타지적인 요소를 강화했다. 남한과 북한군, 미군이 한마을에 모여 화해를 한다는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너무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관객들이 코웃음이나 칠 것이라 생각했다. 상상력의 극대화와 감정의 증폭 등을 위한 장치로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했다.
-특히 맷돼지 신은 상당히 신선했다. 시사회 관객들이 웃느라 주체를 못하던데.
▶모두들 반대했다. 현장 편집 담당자마저도 "진짜 제가 궁금해서 물어보는건데, 이거 왜 이렇게 찍는 겁니까"라고 하더라.
-고집불통인가.
▶장진 감독이 그러더라. "박 감독은 실실 웃으면서 결국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얻어낸다"고.
-독불장군 스타일인 듯 한데.
▶절대 아니다. 내가 영화를 어찌 많이 한다고 할 수 있겠나. 디자인을 전공했고, 이번에 첫 장편 데뷔전을 치렀다. 평소 사람들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편이다. 편집을 하면서도 주위 사람 의견을 신중히 검토한다. 합당하다면 받아들이는데, 여일(강혜정)이 죽는 장면에서 플래시백 화면을 쓴 게 대표적인 예다.
-배우들에게 특별히 주문한 건.
▶최대한 사실적인 연기를 요구했다. 마을주민들은 대학로를 이 잡듯 뒤져서 찾아낸 배우들이다. 사람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 크랭크인 전 두달간 강훈을 시켰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면서 호흡을 맞추도록 했다.
-특히 사투리가 인상적이다.
▶50년대 강원도 사투리를 기본 골격으로 했다. 투박하면서 정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기본 대사를 익힌 뒤엔, 사투리로 음담패설을 하게 했다. 금방 익히더라. 하하. 내가 원래 '척'하는 걸 싫어해서 수염도 실제로 기르게 했다. 배우들이 6개월동안 수염을 깎지 못해 고생했다.
-영화엔 폭소탄이 넘치는데 촬영장 분위기는?
▶여자 스태프들이 크랭크인 전에 내 팬클럽을 만들었는데, 촬영 2회차에 해산됐다. 현장 진행을 상당히 빡빡하게 한다. 심지어 스크립터가 "감독님이 우리를 죽이려하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촬영을 하면서 7~8㎏이 빠졌다. 감독이 도통 잠을 안자니 스태프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중엔 민심이 흉흉해져서, 200만원을 들고 와 스태프 회식을 시켜주기도 했다.
-이후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얼마나 많은 영화가 이 세상에 나왔다가 사라지는가. 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적어도 일주일동안 가슴이 설렌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다.
-영화적 소재로 주목하는 대상은.
▶소시민의 삶이다. 잘난 척 하지 않고, 솔직하며 정감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간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열살때까지 전라도 두메산골에서 살았다. 하루에 버스가 한 번 밖에 안다니는 곳으로, 여섯살때 전기가 들어왔다. 개구리랑 뱀 잡고, 무릎에 상처를 달고 다녔다. 그때의 정서가 내 영화에 오롯이 나타나는 것일테다.
-차기작은.
▶여든살이 될 때까지 메가폰을 잡고 싶다.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모든 프로젝트를 접고 쉬겠다. 당분간 CF 연출을 하면서, 진정 내 가슴을 울릴 만한 작품이 아니면 나서지 않을 생각이다. 배고파도 미끼에 잘 안걸리는 스타일이다.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 no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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