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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왼손 오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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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은 남에게 사랑을 주는 손이요, 왼손은 남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손이라 한다. 사랑에 무슨 왼손 오른손이 있겠는가마는 두 손을 구분해서 사랑을 주고받는 일이란 왠지 흥미로워 보인다.

오른손을 그렸다. 평면으로 그린 손이 비쩍 말라 보였다. 초라한 손마디, 하지만 욕심 많기로는 왼손에 비할 바가 없는 이 다섯 손가락을 두고 나는 내 사랑 내 마음을 그려 보았다.

엄지엔 여동생의 어려운 처지를 생각하며 재기를 위한 위로금을 살짝 적었다. 비록 많은 돈은 아니지만 빚이라도 내어 주고 싶은 심정이다. 검지와 중지엔 딸과 아들의 라식수술을 적었다. 이들이 원하면 언제든 해 주고 싶다. 안경을 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성가심을 모른다. 아내는 안경이 없다. 좋은 시력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불쌍한 자식들, 어미를 잘 만나야 하는데.

약지엔 역시 아내가 차지했다. 힘없고 돈 없는 손이지만 그래도 언제나 아내에게 약발을 약속하는 손가락이라고 생각하니 피씩 웃음이 나왔다. 큼직하니 소형 차 한 대를 그렸다. 차 하나면 종횡무진 신나는 인생인 것을. 나는 아직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새끼손가락엔 칠순의 노모가 자리 잡았다. 당신의 남편이 가신 후로 점점 작아만 보이더니 이젠 완전 새끼손가락이다. 그렇게 높고 거룩한 어머니를 '낳으실 때 괴로움'으로 노래했건만 이제 당신의 높이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드릴 것이 없다. 드리기는커녕 받을 것도 없는 당신을 두고 빈손만 바라보고 있다.

받기에만 익숙해진 다섯 손가락에 그려진 내 사랑 내 마음을 보니 가족이란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 마음 내 사랑이란 아직 갈 길이 멀어도 한참을 멀어 보인다. 오른손 왼손, 챙기기에만 급급한 양손엔 씻지 못할 허물이 신나게 춤추고 있다.

수필가 백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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