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날 당직이었는데 갑작스런 돌풍을 동반한 국지성 소나기에 동반된 벼락이 앞산 중개소, 현풍 대니산, 칠곡 함지산 중개소를 때려서 큰일 날뻔 했습니다. 비가 퍼붓고 벼락이 치는 가운데 통신사와 한전 그리고 우리 경찰이 급거 투입되었습니다. 통신이 두절되면 112 신고도 안되고, 무선지령 조차 안되니 자칫하면 마비사태가 옵니다. 정말 아슬아슬했죠. 지난 7일,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아 축구대회와 통일선봉대 행사때는 아예 중개소가 있는 곳에 한국통신 직원을 대기시켜놓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죠. 정보통신생활이 일상화된 요즘, 의외의 복병이 등장할 수 있으니까요."
대구지방경찰청의 6천5백명 가족(전의경 미포함 4천5백명)의 지도층 가운데 한명이자 200명 대구 여경 가운데 최고위직인 설용숙(薛溶淑 , 48) 정보통신담당관은 "단 한순간도 대구청의 신경망인 정보통신이 두절되지 않도록 이중 삼중의 방어책을 마련해두고 있다"고 말한다.
"정보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크지는 만큼 지원해야야할 업무도 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살수 있는 통로 가운데 하나인 정보화 마인드를 높이기 위해 엑셀, 파워포인트까지 대구청내 경찰가족에게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구경찰의 정보화 마인드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최근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 정보화기능경진대회에서 대구 동부서 큰고개 지구대 강난희 순경이 3등을 차지했다고 밝히는 설총경은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경찰이 대구시민에게 한걸음 더 친숙하게 다가서고, 더 섬세하고 편안하게 다가가는 목표가 있다"고 밝힌다.
최근 시민여론조사에서 70%의 응답자가 경찰이 수사의 주체가 되어야한다는 응답이 나온 것에 대한 견해를 묻자
"선진국 가운데 경찰이 수사 주체가 아니라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경찰이 조사의 97%를 담당하는데 수사의 주체로 독립시켜 줄 그날이 그리 멀기는 하겠느냐"고 조심스레 내다본다.
"보안과에서 근무할 때는 보안업무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았는데 정보통신담당관으로 오니 정보기술의 발달 및 인터넷 활용의 생활화 등이 종합적인 전자정부흐름에 맞춰서 할일이 많고 중요하게 여겨지네요."
퇴근 후에도 대구가톨릭대 평생교육원에서 여는 미래포럼을 들으며 지식기반사회에 대한 대비까지 충실하게 하고 있다.
전국 4천명 여경 가운데 단 3명 뿐인 여성 총경 가운데 한명인 설총경은 "당장 눈앞에 처한 일만 미시적으로 보지 말고 5년, 십년 후 미래 로드맵을 생각해보면서 살고 싶다"고 강조한다.
"저는 민원실, 소년계에만 집중 근무하다보니 외근형사를 못해봐서 아쉽습니다. 이제는 수사 일선에도 여경이 배치되고 하는데, 이런 흐름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후배들이 여러 분야의 보직을 두루 경험하면서 다 경험해봐야 종합적인 업무능력을 가진 리더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설총경은 한때 전국 경찰의 총경숫자와 여경숫자가 같을 정도로 희소가치가 높았지만 이제는 경찰의 10%가 여경으로 채워지면서 경찰 내부에서 여성끼리의 경쟁도 상당히 치열해지고 있다고 들려준다.
8대 종손 맏며느리로 일년에 열번의 제사를 치르면서 대구경찰의 신경망인 정보통신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설총경은 자녀의 아침밥까지 꼭꼭 챙겨먹이는 맹렬 엄마. 자연히 자녀들의 엄마에 대한 성원도 적지 않다. 광복절날 오후에 벼락이 때리자 당장 "엄마 앞산 중개소 괜찮나"는 걱정 전화가 왔다.
"너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든든했다. "딴 것 없어요. 그저 시민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밤거리를 계속 다닐 수 있도록 하고,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최상의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구청의 식구들과 발걸음을 함께하죠."
정보화 경찰의 생명선인 정보통신의 흐름을 24시간 지원하고 있는 설총경은 올해 지원업무를 맡았으니 내년쯤은 경북도내 어느 시군의 서장으로 나갈 순번. 여태껏 그랬듯이 대구 경북에서 첫 여성서장이 탄생할 여건은 조성돼있다.
"인사를 어떻게 아나요. 그리고 특별히 나가고 싶은 시군은 없어요. 경북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어디나 주어지면 그대로 일하는 거죠." 의외로 담담하게 하루에 충실을 기하는 설총경이 27년 관록을 바탕으로 어떤 미래를 그려갈지 눈길이 간다.
글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imaeil.com 사진 정재호 편집위원 jhchu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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