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을 돌아 조금은 색다른 길을 따라 하수도 뚜껑 위를 걸었다.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타고 흘러내렸다. 택시를 탔다. 신호등이 없다. 횡단보도도 없다. 보행자를 위한 푸른 신호등은 들어오자마자 이내 깜빡인다.
잰걸음으로 붉은 불빛을 쫓아가는 보행자들이 하나같이 오리 궁둥이다. 버스 전용선을 우두커니 지키고 서 있는 감시 카메라가 멋쩍게 고개를 내리박고 있다.
우방타워에 올랐다. 올라가는 꽃길이 줄줄이 돈이다. 꿈의 궁전이 꼭 돈의 궁전만 같다. 비행접시를 탔다. 타워가 돌고 대구가 돌았다. 휘청했던 기업, 영화 '타워링'을 생각하며 스카이라운지에 올랐다.
복잡하게 뒤엉킨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 왔다. 가로등이 하나 둘 켜졌다. 어지럽다. 공장 하나 없는 도시에 네온만이 현란하다. 거대한 소비도시, 밤이 출렁이고 사람들이 비틀거린다.
지하철을 탔다. 부드러운 안내방송이 꼭 어디에 온 것만 같다. 'This is 동성로 station'. 음악회가 열리고 전시회가 펼쳐졌다. 그런데 참 우습다. 덩치는 크고 아늑한데 사람이 없다. 기형도 이런 기형이 없다. 꼬리는 길고 몸집은 크지만 뱃속이 텅 비어 있으니 멀미가 난다. 투입에 비해 산출이 없어 보이는 지하철엔 공익요원만이 서성이고 있다.
나는 이런 대구를 사랑한다. 대구는 내 고향이다. 어쩌다 비행기를 탈 때면 나는 애써 창문을 통해 대구를 내려다본다. 엄청나게 어지러울 줄 알았던 시가지는 생각보다 잘 다듬어진 정형의 모판이다.
뿐만이 아니다. 동서남북, 간간이 물줄기를 이어 낙동강과 금호강이 팔공산을 휘돌아 간다. 길게 뻗은 팔공산 자락엔 '갓바위'가 대구를 품고 있고 높게 치솟은 첨탑들이 하늘에 닿아 있다.
천우신조인가. 분명, 창공에서 바라 본 대구는 수(水), 토(土)가 조화롭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나 태풍과 홍수는 대구를 비껴간다. 그래서 대구는 하늘에서 보면 복 받은 도시다.
백천봉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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