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도청수사와 관련 참고인 자격으로검찰 조사를 받은 천용택 전 국정원장은 전 미림팀장 공운영씨로부터 반납받은 도청테이프 내용을 '쓰레기'라고 표현하면서 공씨와의 거래의혹을 일체 부인했다.
1999년 공씨로부터 테이프를 회수할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천씨는 또 김대중 정부시절에도 도청이 이뤄졌다는 국정원의 발표에 대해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정보기관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일부 과오는 용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씨는 이날 8시간여 조사를 마친 뒤 오후 10시50분께 귀가하면서 '공씨에게서회수한 도청 테이프 내용을 보고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부 내용을 보았다.
밥 먹으며 하는 잡담 정도의 것으로, 신경쓸 가치가 없는 쓰레기였다. 지난 정권에서 만든 쓰레기 정보였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시 테이프 회수 및 소각과정을 주도한 이건모 전 국정원 감찰실장은 " 테이프 내용의 개요만 천 원장에게 전했을 뿐 구체적 내용에는 접근하지 못하도록했다"며 이날 천씨 발언과 일부 배치되는 주장을 한 바 있어 테이프 회수 및 처리를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남게 됐다.
천씨는 이어 테이프 처리 때 공씨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국정원장과 퇴직한 하급직원간에 '딜'(거래)은 있을 수 없다. 국정원 생리를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국익에 입각해 정정당당하게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천씨는 또 도청테이프 내용을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 등 김대중 정부 실세들에게 전했다는 등 의혹에 대해 "전혀 전한 바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천씨는 또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휴대폰 통화 등에 대한 도청이 있었다는 국정원의 발표에 대해 "(국정원이 보유한 장비들은) 불법 도청을 위한 장비들이 아니었다. 통신정보 수집은 정보수집기관인 국정원의 기본 직무다. 정상적인 직무를 행하다 보면 월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과오는 용서해야 한다"고 말해 원장 재직 당시일부 불법감청이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나 천씨는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끝내 알아 낼 수 없었다. 과거를 털더라도 정보기관만은 보호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씨는 또 지난 5일 국정원의 도청관련 진상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대부분 맞는내용"이라고 답했다.
한편 천씨는 국정원장 시절인 1999년 12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삼성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 도청테이프 내용에 근거한 것이었느냐는 질문에 "오마이뉴스에서 내 입장을 정확히 썼다. 검찰에서 그 질문을 받고 오마이뉴스 기사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 "천씨 발언 녹취록 등을 확인한 결과 천씨는 당시 정치자금에 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전한 것이었을 뿐이며 도청테이프 내용을근거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법원장회의 "법치주의 실현 위해 사법독립 반드시 보장돼야"
李대통령 지지율 50%대로 하락…美 구금 여파?
李대통령 "한국서 가장 힘센 사람 됐다" 이 말에 환호나온 이유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안 본회의 부결… 의회 앞에서 찬반 집회도
조희대 "사법개혁, 국민에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 공론화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