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성과급적 연봉제

누구에게도 손해를 끼치지 않고,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이득이 되는 변화를 '파레토 증진'이라 한다. 이상적인 사회적 변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 개념은 이탈리아의 경제'사회학자 파레토가 창안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성과급제는 이 경우에 해당된다. 하지만 미국 경제학자 볼딩은 '타인에 대한 동정과 질투도 효용의 변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과급을 못 받는 공직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파레토 증진을 저해할 것'이라고 했던 지적도 간과할 수는 없다.

◇ 중앙인사위원회는 지난 1999년부터 공직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성과급적 연봉제'를 도입했다. 업무 성과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은 1~4급 공무원 3천875명과 계약직 공무원 885명 등 모두 4천760명이라 한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서 올해는 3급 이상 공무원 간의 연봉 격차가 10%로 벌어졌다. 상대적으로 연공서열에 의한 격차는 3% 정도로 갈수록 좁혀지고 있는 추세다.

◇ 올해 공무원 중 김명곤 국립중앙극장장(2급)이 대통령'국무총리에 이어 세 번째 많은 연봉을 받았다. 대통령은 1억5천621만9천 원, 국무총리는 1억2천131만2천 원이며, 그는 1억1천909만2천 원을 받았다. 5년 전 현직에 오른 그는 당초 연봉이 5천783만 원이었으나 기관 평가에서 계속 90점 이상을 받아 해마다 8.0~24.6%씩 올랐기 때문이다.

◇ 2000년 책임 운영 기관으로 지정된 국립중앙극장은 김 극장장이 취임한 이후 큰 성과를 거뒀다. 공연장 가동률이 70~80%선에서 90%대로 높아지고, 유료 관객 점유율도 20%대에서 49.5%로 상승했다. 김 극장장뿐 아니라 개방직으로 임용된 공무원 가운데 차관급 연봉(8천만5천 원)보다 많이 받는 경우는 무려 16명이나 된다. 이 중 10명은 연봉이 장관급(8천539만2천 원)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 아무튼 '공무원=철밥통'이라는 등식이 이젠 수정될 수밖에 없는 시대다. 공직사회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평생 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나면서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가 흔들리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일본 최고 기업인 도요타자동차가 총 임금의 20%를 차지하는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성과급의 일종인 숙련급, 역할급을 높이면서 변화를 선도한다는 소식도 남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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