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人에게 고향이란?

계간 '시인세계' 3주년 기획특집

시인에게 고향이란 무엇인가. 한평생 시인이 쓴, 시 속에 녹아 있는 시인의 고향은 어떤 의미와 절실함을 띠고 있는가.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가 창간 3주년을 맞아 '시인의 고향, 시 속의 고향'이란 기획특집을 마련, 고향에 대한 시인들의 내밀한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박목월(경주), 백석(정주), 허만하(대구), 이성부(광주), 이승훈(춘천), 이하석(고령), 김용택(임실), 함민복(충주), 문태준(김천) 시인이 가슴 속에서 건져낸 저릿한 고향 이야기와, 문학평론가 김학동(서강대), 김재홍(경희대) 교수가 분석한 고향의 시학이 시 속에 녹아있는 고향의 모습을 새롭게 전한다.

박목월 시인만큼 고향을 그리워한 시인도 드물 것이다. 번다한 도시생활 속에서 목월은 언제나 고향을 생각했고, 돌아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그는 죽어서도 고향에는 돌아오지 못했다.

박재삼 시인은 "고향이 시인을 내쫓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 고향을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도 눈물겹게 고향을 그리워하고 노래했지만, 젊어서 가난으로 떠난 고향을 죽어서도 돌아오지 못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인 김영랑의 고향집은 섬들이 잠방거리는 다도해 연안 강진이다. 햇발이 속삭이는 옛 돌담으로 둘러싸인 고가의 넓은 뜰 안에는 올봄에도 모란이 피었을 터. 김학동 교수는 "미당 서정주가 '질마재 신화'를 쓴 것도 그가 태어난 고향, 곧 근원회귀의 염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김재홍 교수는 "고향을 잃은 것은 가족사적으로 보면 목숨의 뿌리를 잃는 일이고, 실존의 의미로 비추어 보면 삶의 터전을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시에서 고향의식은 정신의 뿌리찾기를 의미하며, 자기정체성을 찾는 일이고, 나아가 민족의식과 민족주체성을 확보하는 길인 것이다.

허만하 시인은 고향 대구를 '아버지의 모습이 얼비치는 비슬산'으로 묘사했고, 이성부 시인은 고향 광주를 그리움이자 탐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승훈 시인에게 고향 춘천은 '찾아가면 아프고 떠나오면 그리운 곳'이다. 함민복 시인은 고향 충주를 통해 샘물처럼 솟아나는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며, 김천이 고향인 문태준 시인은 개망초가 피어나는 들길에서 저릿저릿한 고향의 빛을 읽는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강').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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