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상영돼 우리의 가슴을 흠뻑 적신 영화 '말아톤'은 자폐라는 정서장애를 가진 청년, 배형진군의 감동적인 실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편견 많은 우리 사회에서의 고달픈 삶과 아들을 보통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게 하려는 어머니의 애환, 그리고 자폐라는 장애를 딛고 마라토너로 성장하는 과정을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절반이 형진이의 부끄러운 부분을 드러내는 것일지라도 나머지 절반을 통해 알리고 싶은 것을 알렸어요. 부디 이 영화가 일반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장애를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 형진 어머니의 말에서 장애아를 둔 가족들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진다.
3년 전 문을 연 이후 공간 울림에서는 매달 한 번 '돋움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이 음악회는 정서장애아와 그 가정을 돕기 위한 모임인 '돋움공동체'가 마련하는 사랑의 음악회다. 음악인들은 그들의 연주로, 조금 여유가 있는 분들은 후원금으로, 또 시간을 낼 수 있는 분들은 봉사로 함께 참여해 왔다. 올해부터는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도 매월 '돋움음악회'를 열게 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돋움공동체의 취지를 알리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지난 8월 6일 이 사랑의 음악회가 전문연주가들이 아닌 8명의 청소년들의 연주회로 열렸다. 하루 종일 공부하고 늦은 시각에 모여 음악회를 위해 보름 가까이 연습했다. 그날 연주는 아직 채 여물지 않은 과일처럼 풋풋했지만 객석은 그 어느 연주회보다도 따뜻했다. 그날 모여진 작은 정성이 돋움공동체에서 월 1회 갖는 '장애아와 함께하는 소풍' 기금으로 전해졌다. 드디어 이번 주말 철지난 바닷가로 소풍을 간단다.
언제나 앞장서서 이 일을 맡아하시는 선생님이 어느 날 나들이 후기에 이렇게 쓰셨다. ' …매번 나들이를 끝내고 난 후, 아이들을 시설에 다시 내려놓고 돌아오는 것이 내 아픈 손가락 하나 떼놓고 오는 것만 같다….'
그러나 이번 주말 이들이 어울려 서로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단 하루만이라도 그들이 만나는 것은 아픔을 뛰어 넘는 아름다운 세상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상경 오르가니스트·공간울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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