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와 함께 한 4년

28일 한국생활 10년째인 써니(36·파키스탄)씨는 개구쟁이 아들 사미(4)와 아내의 손을 잡고 대구적십자병원(원장 권영재)을 찾았다. 4년째 맞는 무료진료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권 원장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이곳 진료과목에는 없는 산부인과를 값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소개도 시켜주셨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신경 써 주신 데 대해 감사인사차 들렀죠."

중국 산둥성 위하이시가 고향인 양홍지앙(31)씨는 이곳에서 병원치료뿐 아니라 법률자문을 해 전 직장에서 받지 못한 퇴직금을 받았다. "우리 같은 처지의 외국인이 일반 병원에서 진료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평일에는 시간을 내기 힘들고 돈도 많이 드니까요. 그런 형편에 이곳은 큰 도움이 됩니다."

무료진료 행사는 2001년 6월 대구지역 전공의협의회(대표 전공의 이진우)와 대구적십자병원이 뜻을 모아 시작한 이래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에 자리잡았다.

이 행사에는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소장 김경태 목사)가 노동상담, 변호사협회 법률구조단(대표 이춘희 변호사)이 법률상담, 남산기독복지관에서 생활상담을 함께 진행해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민경룡 목사는 "써니씨의 경우처럼 이주노동자들의 아이 교육과 양육문제 등이 앞으로 점점 대두될 것이므로 정부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날 이주노동자들은 의료진 등 관계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감사패 전달과 경품추첨을 통해 선물을 나눠주는 행사도 함께 가졌다.

권영재 원장은 "넉넉지 못한 형편임에도 음식비용까지 대고 일손도 빌려주는 적십자 봉사원 아주머니들과 행사때마다 찾아와 일을 돕는 경북대의대와 영남의대 봉사동아리인 '장승', '나눔자리' 회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