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하는 김만재(28·대구 서구 평리동)씨는 열흘째 병원에서 으스러진 광대뼈를 어루만지고 있다. 김씨가 상처를 입은 것은 지난 20일 새벽 2시쯤.
그는 대구 달서구 용산동 대구은행 네거리 뒤편 모 병원 1층 약국에 든 도둑을 잡으려다 둔기에 얼굴을 맞아 광대뼈가 5조각으로 부서지고 턱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병원 계단을 내려오다가 약국 안에서 물건을 훔쳐나오던 도둑과 마주쳤고 5분가량 격투를 벌였다. 도망가는 범인을 50m 가량 뒤쫓아가 붙잡았지만 그는 도둑이 들고 있던 연장에 맞아 쓰러졌다. 도둑은 순식간에 달아나 버렸고, 어느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더 억울한 건 이튿날 아침부터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후에도 치료비 한 푼 보상받을 수 없었고, 도둑이 든 약국 주인과 사설 경비업체 역시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
정형외과에 입원 중인 김씨는 수술비만 300만∼400만 원이 들고, 입원비조차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아버지를 도와 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리는 일도 못하고 있는 상태.
달서경찰서는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30대 중반에 키 175cm 정도, 머리가 약간 벗겨진 범인을 찾고 있다. 약국은 현금과 약품 수십만 원어치를 도난당했다.김원석 형사과장은 "경찰에는 피해자 보상규정이 없기 때문에 치료비 명목의 예산은 없다"며 "김씨가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한 신고자로 판명되면 수십만 원 가량의 신고포상금이 지급될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수소문 끝에 5개월 전 설립된 대구지방검찰청 피해자지원팀에 30일 '범죄피해자구조금(최고 1천만 원까지 지급)' 신청을 의뢰했다. 경찰조차 이 같은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고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것.
하지만 김씨의 피해보상 여부는 불투명하다. 자신을 가해한 범인이 잡히지 않았고 현장 상황을 입증할만한 증인이나 증거품을 직접 찾아낸 뒤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한편 대구지검피해자지원팀은 지난달까지 모두 10여 건, 8천800여만 원의 피해자구조금을 지급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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