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김종삼(1921~1984) '묵화'(墨畵)
묵화는 채색이 아닌 흑백의 음영으로 사물을 묘사하기 때문에 단순하지만 조용하고 깊게 그 대상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이 시는 그 제목처럼 단순하지만 깊고 조용하게 삶의 진정성을 보여줍니다. 보십시오. 할머니와 종일 일하고 돌아온 소가 물을 먹고 있습니다. 자신도 힘들지만 물 마시는 소가 더 안쓰럽습니다. 할머니는 소의 목덜미를 어루만집니다. 할머니에게 소는 가축이 아니라 가족이고 어쩌면 심정적으로는 영감(남편)처럼 든든한 존재이지요.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감사하며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마음 아파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로 적막하다고' 외롭고 쓸쓸함을 위로합니다. 동물과 인간이 한 가족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묵화'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시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가 흑백의 음영으로 감싸주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이진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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