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풀 꺾인 얼마전 주말 영호남수필문학인대회가 대구에서 열렸다. 밝고 희망찬 대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우리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것이 날씨였다. 이른 아침부터 하염없이 비가 내렸다. 오후 늦도록 내리던 빗방울까지 축제의 분위기에 젖었으리라.
영호남수필문학협회는 지역화합과 수필창작교류를 위해 만들어졌다. 벌써 15년째.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에 불신의 골이 깊었던 시절, 지역간의 갈등을 풀기 위해 만들어진 수필단체이다. 남북분단의 아픔을 가진 우리들이 다시 동서로 나누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동서간의 화합은 시대적인 요청이기도 했다.
영호남수필문학협회는 일년에 한번씩 만남을 가져왔다. 부산·대구·광주·울산·전남·전북 6개 지역 시도의 수필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느 해는 진도에서, 어느 해는 부산, 어느 해는 전주에서 문학인대회를 열어왔다. 만나면 반갑고 또 만나고 싶은 우리들이었다.
사는 지역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고, 저마다의 특징과 개성이 다르지만 수필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인 동인회는 많이 있다. 그러나 영호남수필문학협회만큼 뚜렷한 목표를 가진 단체도 흔치 않은 현실이다. 지역화합과 수필을 통해 친목을 도모한다는 사명감으로 올해는 대구에서 축제를 열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 영호남수필문학협회도 열다섯이라는 꽃다운 나이가 되었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오늘이 있기까지 지역갈등과 분열을 수필문학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각 지역 회원님들의 노고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양심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문효치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의 축하 인사말이 떠오른다. "영·호남 두 지역에 초록의 향기를 실어 나르는 여러분들의 지성이야말로 아름답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각기 모양이 다른 낱개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추어 나갈 때 아름다운 형상이 만들어지듯 여러분들이 이루어 나가는 이 작은 행사야말로 그동안 국가적으로도 이루지 못한 크나큰 과제를 풀어 나가는 아름다운 시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옹졸한 분열주의의 무가치함을 깨닫게 해주는 여러분은 방향설정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는 따뜻한 그의 인사말은 아직도 내 가슴에 진하게 남아 있다.
이튿날 문학기행에 나섰다. 날씨도 맑았다. 전날 내린 비로 가로수도 싱그럽기만 했다. 대가야 도읍지 고령을 방문했다. 찬란한 고대문화를 꽃피웠던 고장으로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있는 곳이다. 우리 영호남수필문학협회 회원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신 이태근 군수를 비롯한 한국문인협회 고령지부 여상범 회장과 여러 회원들에게도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고령군은 수천년 동안 숨어 있던 문화재를 발굴 보존하는데 온갖 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가야문화를 개발, 보존전승하고 조상의 얼이 깃든 가야문화를 재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1박2일 동안 가졌던 영호남수필인 문학대회는 성황리에 끝났다. 첫날 가졌던 영호남문학상시상식과 강연을 비롯한 학구적인 행사와 다음날 가졌던 문학기행, 모두가 다 성공적이었다. 특히 전라도를 비롯한 다른 지역 문인들에게 대가야 문화를 알리는 좋은 기회였다. 이제 화합의 잔치마당 축제는 끝났다. 대구에서의 기억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라는 많은 분들의 찬사가 영호남수필문학회의 앞날을 더욱 밝게 비춰주는 등불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허정자 수필가·영호남수필문학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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