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6시 대구 파티마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박순이(44·여)씨의 빈소에는 흐린 아침 날씨마냥 무거운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지쳐 보이는 20여명의 유족들의 충혈된 눈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이 가득했다. 40여분 뒤 박씨의 아들(13)이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들고 앞장서고 뒤를 이어 붉은 천으로 덮인 박씨의 관이 시립화장장으로 향하는 버스로 옮겨졌다. 관이 버스에 실리는 순간 한 유족이 관을 붙들고 울음을 터뜨리자 다른 유족들이 이를 조용히 달랬다.
숨진 박씨와 같은 계원인 3명의 여성은 주변 시선은 아랑곳 않고 길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대성통곡했다. 한 계원은 "친구를 한꺼번에 둘이나 잃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며 "시신 수습도 제대로 못했을 텐데 떠난 이들도 쉽게 눈을 감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는 "조금만 일찍 구조활동을 했더라도 우리 친구들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뒤늦은 인명구조를 원망했다.
또 이날 오전 8시쯤 목욕탕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구순옥(41·여)씨의 빈소가 차려진 경북대학병원 영안실. 70대 노부모는 눈 앞에 걸린 딸의 영정앞에서 하염없이 마른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왜 니가 먼저 가야하노" 사고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내려온 노부모는 허공에 대고 애타는 마음을 내던졌다.
아들 성우(15.중 3년)군은 그저 멍하니 영정 속 엄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날 아침까지 밥 한술 더 뜨고 가라며 자신을 챙겨주던 엄마가 곁에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했다.
목욕탕 업주 고 정명식(57)·한숙임(51)씨의 시신이 안치된 수성구 동경병원 장례식장에서도 5일 오전 8시 50분 발인이 있었다. 유족들은 모두 말을 아꼈고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슬픔을 감췄다.
한편 같은 병원에 있던 고 김지현(25·여)씨의 경우 아직 발인이 결정되지 않았다. 가족들이 상의한 뒤 장례 일정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수척한 얼굴의 아버지 김영환씨는 "딸 아이가 꽃다운 나이에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하고 숨져 안타깝다"며 "당국에서 유족들에게 사고 수습과 수사 진행과정에 대해 자주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사진: 5일 오전 경대병원에서 열린 대구 수성구 목욕탕 폭발화재로 숨진 고 구순옥씨의 장례식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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