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년만에 중·고교과정 마쳐…1급장애인 장윤혁(30)씨 화제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 2년만에 독학으로 검정고시 중·고교 과정을 모두 마쳐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장윤혁(30·칠곡군 왜관읍 왜관리)씨. 그는 지난달 29일 대입검정고시 전 과목에 합격했다. 고입 검정고시는 지난해 공부를 시작한 지 두 달만에 합격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곧장 대입검정고시를 준비, 1년만에 전 과목을 합격한 것이다.

장씨는 온몸이 마비되어 오른쪽팔만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그 몸으로 하루 종일 공부에 매달렸다. 옆에서 도와준 여동생 친구 이미혜(26·경북대 졸업)양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너무 힘들어서 몇 번이나 포기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지금까지 공부한게 너무 아까워서..."

장씨는 뇌성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컴퓨터 가게 사장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한 사실이 매일신문(2002년 8월2일 20면)에 보도되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지금까지는 공부가 가장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사회생활이 훨씬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공부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라 열심히 하면 이겨낼 수 있지만, 장애인들의 사회생활은 정말 헤쳐나가기 어려우니까요. 이젠 나도 무슨 일이든지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인 것 같습니다."

장씨는 이제 대학생이 되고, 미국에 유학까지 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대학에서 장애인 복지를 전공할 지, 컴퓨터를 전공할 지 꿈도 많아졌다.장씨의 대입검정고시 합격 소식에 누구보다도 기뻐한 것은 시인이자 수필가인 어머니 박상희(54)씨다. 박씨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내 아들이 대학교 입학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자랑한다. 아들이 대입 검정고시 시험을 치던 날, 박씨는 까맣게 타들어간 마음을 고스란히 일기장에 남겼다.

'새벽2시. 또 한 번 아들의 인생에 심판의 시간이다. (중략) 삶이 고달프다는 말을 한다면, 내수첩 속에 들어있는 나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러기에 나는 고달픈 날들의 기억은 늘 삶의 밑거름으로 묻어둔다. 32년을 한 번도 일어서 보지 못하고 아직도 한손으로 땅을 짚고 기어 다니는 내 아들 윤혁이. 아들과 사는 하루는 희망의 끈으로 우리는 서로를 끌고 간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사진 : 뇌성마비 1급장애인이면서도 컴퓨터가게 사장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한 장윤혁씨가 이번에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해, 엄마 박상희(시인)씨와 여동생 경숙씨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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