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기대壽命'

인류는 탄생 이래 장수(長壽)와 부귀(富貴)를 누리는 게 소망이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아 장수가 더욱 '고귀한 축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역대 중국 황제 300여 명의 평균 수명이 36.7세에 불과했음은 부귀영화(富貴榮華)'산해진미(山海珍味)도 장수와 짝이 안 맞는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더구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나 불교 신자라 하더라도 '당장 천국이나 극락에 가겠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따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는지….

◇ 그래서 '기대수명(life expectancy)'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일까. 질병'사고 등을 감안해 사람이 출생할 때 예상되는 평균 수명을 기대수명이라 하는데, 이의 연장은 사망률 감소와 동전의 앞뒤처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래 전의 조사 결과나 미국의 국립노화연구소는 기대수명이 약간만 올라가도 인구 증가는 매우 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저출산이 그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이 최근 42년 사이 24.5년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어제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출생시 기대수명은 1960년 52.4세로 OECD 평균인 68.4세보다 16년이나 낮았다. 그러나 2002년에는 76.9세로 OECD 평균인 77.7세에 접근, 0.8세 차이로 좁혀졌다.

◇ OECD 회원 나라 가운데 출생 시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나라는 81.8세의 일본이다. 우리와는 아직 4.9세 차이이다. 아이슬란드'스위스 80.4세, 호주 80.0세, 이탈리아는 79.9세로 그 다음으로 높으며, 우리나라의 순위는 꾸준한 상승에도 불구하고 25위에 머물고 있다. 아무튼 우리나라 사람의 수명이 1960년대까지를 차치하고라도 1975년 63.8세, 1985년 68.4세, 1995년 73.5세였음을 떠올린다면 격세지감이다.

◇ 장수 비결은 천차만별일는지 모른다. 옛 사람들은 대개 사람이 살고 죽는 건 하늘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과학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생명공학이 엄청난 성과 기록을 거듭하면서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유전적 요인과 섭생(攝生), 근로와 소식(小食), 공기와 물 등 생활환경에 달려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출산'가족 해체'고령사회 등으로 '장수가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될까 걱정이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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