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 9월 13일 '국방개혁 2020'이라는 이름으로 개혁안을 발표한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혁안의 요지는 2020년까지 병력수를 현재 68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감축해 기술집약적인 정예군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대한 육군의 비중을 줄이고 합동참모본부의 위상과 기능을 정비해 합동'통합전력의 강화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적인 대북한 억제력 및 주변국에 대한 최소 억제력을 확보하고, 한미연합사의 작전지휘 구조의 변화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개혁 방안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방개혁기본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일단 정부가 과거 수차례 실패한 국방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법제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그 규모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창군 이래 최초로 병력을 줄이기로 한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개혁의 목표가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만드는 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혁안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갖게 한다. 특히 변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그리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 및 빈곤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개혁의 취지를 크게 후퇴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방비 증액과 관련해 국방부는 2015년도까지 연평균 11% 인상이 필요하고, 정부와 여당 역시 매년 10% 안팎의 국방비 증액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방침대로 매년 10%씩 국방비를 늘리면, 2015년에는 54조 원을 넘어서고, 향후 10년간의 총국방비는 약 367조 원에 달하게 된다. 이는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의 3배, 예산증가율의 2배에 해당된다. 현재에도 세계 8, 9위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엄청난 증액이 필요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국방개혁안'이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을 동반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고가(高價)의 첨단무기들을 대거 도입'생산하려는 데 있다. 즉, 병력을 줄이는 대신에 최첨단 무기 및 장비 체계를 갖춰 타격 능력을 현재보다 1.8배로 늘리겠다는 것을 개혁의 골자로 삼음으로써 엄청난 국방비 부담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가 대대적인 타격 능력의 증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북한보다 군사력이 열세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북한보다 3, 4배 많은 군사비를 투자하고도 여전히 북한보다 열세에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국방부가 주변국을 상대로 한 '최소 억제력'을 갖겠다는 것 역시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최소 억제력이라는 개념 설명도 없을뿐더러, 국방부의 계획을 보면 '최소'가 아니라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군사력을 늘리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력증강 계획의 상당 부분이 주변국을 상대로 한 최소 억제력과는 별 관계없는 '지상전력'에 집중되고 있어, 국방부가 여전히 육군 중심주의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방부가 2020년의 상비군 규모를 50만 명으로 잡고 있는 것도 적실성이 떨어진다. 이는 '작은 군대'를 지향하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출산율 저하에 따른 병역자원의 자연감소분과 국방부의 문민화 및 지원부대의 외주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과도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020년에도 육'해'공의 비율을 3:1:1로 상정한 것은 육해공군을 균형발전시키겠다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이처럼 대폭적인 국방비 증액을 전제로 한 국방개혁은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개혁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돈이 없어 개혁을 못하겠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국방개혁안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과도한 수준에 도달한 국방비를 줄이면서 국방개혁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국방비를 동결하거나 경제성장률 이내로 한정하면서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방개혁안이 국가안보의 백년대계라는 점에서 치밀한 검증과 사회적인 공론화도 절실히 요구된다. 이는 개혁이 개악으로 귀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과정일 것이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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