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는 우리에게 원작 소설보다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65년 MGM에서 제작되어 1968년 국내에 개봉되었던 이 영화는 아카데미 상 5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것은 각색을 맡은 귀재 로버트 폴트와 불세출의 거장 데이비드 린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이 빚어낸 결과였다.
'닥터 지바고'는 원제가 '의사 지바고(Doktor Zhivago)'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원래 시인으로 문단생활을 시작한 파스테르나크는 '닥터 지바고'의 원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운문체 소설 '스펙토로스키'를 발표하며 1931년 소설가의 길을 열었다. 그러나 작가 파스테르나크는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 지바고 같이 파란 많은 삶을 살아야 했다. 작중 인물인 지바고가 러시아 혁명의 절박한 격동 속에서 개인적인 자유의 세계를 추구하며 순결하게 살아가려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것처럼 파스테르나크 역시 말년이 불행했다.
'의사 지바고'는 1957년에 완성되었으나 소련 내에서 발표가 허락되지 않아 이탈리아에서 출판되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노벨문학상 수상 대상으로 결정되자 정치적 비판을 받아 러시아 작가동맹으로부터 제명처분을 당한다. 파스테르나크는 당시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흐루시초프에게 '러시아를 떠나라는 것은 내게는 죽는 것과 같다. 부디 가혹한 조처를 하지 말아 달라'고 탄원해 간신히 국외추방을 모면하고 노벨상을 사퇴했다. 그리고 파스테르나크는 1년 반 뒤 모스크바 교외 작가촌에서 외롭게 생을 마감했다.
지난 중추절 모 방송국에서 특집으로 편성된 '닥터 지바고'를 다시 보면서 이데올로기 투쟁 가운데서 스러져가는 군상의 모습에 착잡했던 것은 나만의 심사였을까. 좌파다 우파다 해가며 동상을 철거한다, 못 한다 벌어지고 있는 추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닥터 지바고'의 주제음악인 '라라의 테마' 속에 울리던 러시아의 전통악기 발랄라이카의 애절한 음색이 마음에 접힌다.
박상훈(소설가·맑은책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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