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머릿속은 1982년 내놓은 6분짜리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빈센트'에 압축돼 있다. 그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작품 속에는 호러영화 배우 빈센트 프라이스처럼 되고 싶은 기괴한 꼬마 빈센트가 등장한다.
팀 버튼 그 자신을 투영한 이 꼬마는 다른 모습으로 '프랑켄위니', '비틀쥬스', '배트맨', '크리스마스의 악몽', '슬리피 할로우' 등의 작품에 계속 등장한다. 그가 꿈꾸는 세계에는 언제나 이 꼬마 빈센트가 자리잡고 있다.
그의 영화세계에 또 하나의 연결고리가 될 작품이 다음달 3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유령신부(Corpse Bride)'다.
소심한 청년 빅터는 생선가게로 부자가 된 부모님의 강요에 못이겨 결혼을 하게 된다. 신부는 돈은 없지만 귀족인 집안의 딸 빅토리아. 강요에 의한 결혼이지만 빅터와 빅토리아는 첫눈에 반한다. 결혼예행 연습은 시작되고 빅터는 계속 실수를 하며 연습을 엉망으로 만든다.
숲 속에서 혼자 연습을 하던 빅터는 나뭇가지에 반지를 끼우게 된다. 그러나 나뭇가지는 사람의 손가락 뼈로 변하고 빅터는 졸지에 결혼을 앞두고 죽음을 맞은 유령신부의 남편이 돼 지하세계로 끌려간다.
팀 버튼의 지하세계에 대한 애착은 이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비틀쥬스'에서는 유령 비틀쥬스가 사는 사후세계로,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는 할로윈 마을로 나타났던 지하세계는 이 작품에서도 역시 흥미진진한 세상으로 그려진다.
빅터가 사는 지상세계는 돈과 명예, 탐욕으로 얼룩진 회색이지만 유령신부가 사는 지하세계 사람들은 비록 죽었지만 서로를 위할 줄 아는 총천연색이다. 지하세계가 이렇다면 한번쯤 살아보고 싶을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유령신부의 머릿속에 사는 구더기와 빨간색 목걸이를 걸고 있는 해골 강아지, 지상세계로 나가는 법을 알려주는 해골박사 등 상상력이 빛나는 캐릭터들도 모두 지하세계에 자리잡고 있다.
주인공 빅터는 '가위손', '에드우드', '슬리피 할로우' 등에 출연해 팀 버튼의 영화 속 자아라고도 알려진 조니 뎁을 꼭 닮았다. 목소리 연기도 물론 조니 뎁이 맡았다. '비틀쥬스'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늙어가던 지나 데이비스와 닮은 유령신부 역은 팀 버튼의 연인인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했다.
다양한 표정 대신 특징을 잡아 직접적으로 표현해낸 인물들은 노래로 생명을 얻는다.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음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의 음악은 역시 팀 버튼의 작품 대부분을 함께 한 오랜 동료이자 독특한 영화음악가 대니 엘프먼이 담당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에는 제작자로 참여했던 팀 버튼이 감독이라는 직책으로 오랜 시간 준비해온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하다. 다시 한번 팀 버튼의 머릿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 영화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지하세계보다 지상세계에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상상력으로 빚어낸 인물이나 지하세계는 전작들에 비해 인간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늘어지는 듯한 인상도 지울 수 없다. 장면 장면이 '비틀쥬스',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겹쳐지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상영시간 78분. 전체관람가.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안 본회의 부결… 의회 앞에서 찬반 집회도
법원장회의 "법치주의 실현 위해 사법독립 반드시 보장돼야"
李대통령 지지율 50%대로 하락…美 구금 여파?
李대통령 "한국서 가장 힘센 사람 됐다" 이 말에 환호나온 이유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