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아토피

아토피(atopy)의 그리스어 어원은 '기묘해서 알 수 없다'는 의미다. 피부염으로 대표되는 아토피 질환도 말 그대로 원인과 치료법을 알 수 없는 병이다. 집먼지 진드기 등 다양한 원인이 뒤엉켜 발병한다고 할 뿐이다. 완화와 재발을 반복하며 발병하는 아토피의 치료법은 아직 현대의학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 탓에 에이즈와 암에 이어 현대 의학이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 며칠 전 국감장에선 아토피로 고생하는 다섯 살 아들을 위해 이민을 결정한 어머니의 눈물 어린 호소가 있었다. "아기와 함께 사라지고 싶었던 순간이 많았다"며 "어딜 가나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외출 기피증이 생겼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다 못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이민을 가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신생아 때부터 아토피로 단 하루도 잠을 제대로 못잤다는 그녀는 아들이 학교에 들어간 뒤 겪을 고통을 줄여 주려고 이민을 선택했다.

◇ 그녀의 호소에는 아토피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의료진이 부족한 현실도 들어 있었다. 자식에 대한 죄책감도 견디기 어려웠지만, 값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의 고통 또한 적지 않았다고 했다. 고가의 치료약은 보험 혜택에서 제외되고, 민간 요법은 넘쳐나고 있으나 부작용도 만만찮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많은데도 남의 일로 외면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고발했다.

◇ 신생아부터 다섯 살까지 유아기에 많이 발병하는 아토피 환자는 국내만도 수백만 명에 이른다. 중증 환자만 100만 명이 넘는다. 한 번쯤 앓아 본 경험이 있는 어린이가 전체의 30%에 이른다고도 한다. 70년대까지만도 유병률은 3%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세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그 중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다. 어린이 넷 중 한 명꼴로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듯 국민 병 차원으로 올라섰다. 전문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토피를 환경 오염으로 인한 질환으로 믿는다.

◇ 견딜 수 없는 가려움증 외에 타인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도 고통이다. 대인 기피증이나 우울증까지 겹치는 경우가 많다. 학교나 직장에서 놀림을 당하고 외톨이가 된다.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성장 발육도 지장을 받는다. 아토피를 전염병처럼 대하며 놀리는 풍토가 그들을 견디지 못하게 한다. 무관심과 조롱이 이민을 가게도 한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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