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장발달-수학은 잘 하는데 국어가…

문 : 초등학생 아이가 수학은 좋아하고 잘 하는데 국어는 이상하게 어려워합니다. 그러다 보니 국어라면 고개를 돌립니다. 사람마다 소질과 재능이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해당되는 건가요? 아이의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알아보려면 어떡해야 하나요?

답 : 다른 과목은 잘 하는데 특정 과목만 못 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 원인으로 학습 방법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신과적으로도 여러 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가령 국어를 못 하는 학생 가운데는 음소를 이해하는 특정 세포 발달에 문제가 있어서 음소 인식에 혼란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장 이해를 잘 못 하는 학생의 경우 급한 성격 때문에 앞 뒤 단어를 바꿔 읽을 때가 많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쉽게 이해하지만 추상적인 개념에 취약한 학생은 수학을 어려워합니다. 이처럼 특정 분야에 대한 강약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기도 하고 성장 과정에서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원인을 잘라서 말하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어떤 부분이 왜 취약한지 전문적인 진단 도구를 이용해 알아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원인이 나타나면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말더듬의 경우 특정한 첫 음소를 발음하는데 취약해서 생긴다는 원인을 찾아내면 꾸준한 연습을 통해 충분히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증세와 원인에 따라 특수한 교육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자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범위에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육과 훈련이란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받아들일 때 가장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들 중에는 자녀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면서도 정작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자녀의 의견을 억누르는 경우가 흔히 보입니다. 특정 과목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단 흥미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노력은 그 다음입니다.

부모의 억지와 강압은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자기주도성을 없애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수학을 잘 못 한다고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이다 과외다 다그치다 보면 한동안은 어느 정도 점수가 나오지만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해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습니다.

재능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의 재능이나 영재성을 알아보기 위해 어려서부터 온갖 학원에 보내고, 주위 아이들에 비해 조금만 나아 보여도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 기대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이를 더욱 길러줘서 빨리 훌륭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재능이나 영재성의 판단 역시 전문 기관을 찾아가 검사하고 충분히 상담하는 일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 결과가 뛰어나다면 전문 교육기관을 찾아야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과감히 미련을 떨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영재는 몇 천, 몇 만 명 중에 한 명 꼴로 나오는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해도 잘 살아간다고 여유 있게 생각해야 합니다. 자녀의 재능을 과대평가하고 이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부모들은 흔히 학원이나 상업적인 기관들의 듣기 좋은 말에 빠져 사교육에 투자하는데 효과를 거둘 가능성은 회의적입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책임감을 가지면서도 자신을 투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부모로서의 역할을 잘 하기 위해 자녀의 발전을 도와주지만 자신이 못 한 것을 자녀에게 시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에 모든 걸 잘 해주려고 달려들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하지 못한 게 보통입니다. 이곳저곳 쫓아다니고 여기저기 귀를 기울이며 새로운 학습 경향과 학원 동향 등을 수집해 자녀를 밀어붙인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건 아닙니다. 내 아이의 특성이 어떤지 정확하게 판단한 뒤 앞에서 끌어줘야 할 지, 뒤에서 밀어줘야 할 지, 묵묵히 지켜봐야 할 지 결정하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양육자로서의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