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회삿돈을 쌈짓돈으로 쓴 '斗山' 일가

두산 그룹 총수 일가의 비리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구린내가 물씬 풍긴다. 검찰 수사 결과 두산 총수 일가는 위장 계열사 등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박용성 그룹 회장 형제 자매들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배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두산 총수 일가 1, 2명의 구속과 나머지 관련자들의 사법 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산의 비리는 형제간 재산 다툼에서 불거졌다. 두산산업개발의 계열 분리를 요구하다 좌절된 박용오 전 회장이 석 달 전 검찰에 분식 회계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진정했고,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총수 일가 28명은 계열사 유상증자 과정에서 회사의 지급 보증으로 은행에서 293억 원을 대출 받아 주식을 매입한 것도 모자라 대출이자 138억 원을 회삿돈으로 갚기까지 했다. '피보다 진한 돈' 문제로 촉발된 골육상쟁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두산 일가의 비리는 아마도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문제는 두산 총수 일가의 사법 처리가 아니다. 두산 그룹은 '가족 경영'의 형태이면서도 '형제 경영'이란 독특한 기업 지배 구조로 주목을 받아온 기업이다. 그룹 내 계열사를 형제들이 나눠 경영하고, 그 형제의 자녀들까지 전 계열사에 포진해 기업의 의사 결정도 이사회보다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해 왔다. 이사회 위에 가족회의가 있었던 셈이다. 재벌 개혁을 줄기차게 강조해 온 정부 정책이 구멍 뚫린 그물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겠다.

두산 박 회장은 정'재계를 향해 바른소리를 내뱉어 '미스터 쓴소리'로 불렸다. 재벌 제도도 전 세계에 없는 제도라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리 경영과 투명 경영은 가족 경영이란 후진적 경영 시스템을 타파해야 가능하다. 두산 그룹이 먼저 실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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