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KS보기-삼성, 약한척해 두산 방심 유도

2005한국시리즈는 삼성 라이온즈의 압승으로 끝났다. 1, 2차전 역전승 후 주도권을 쥔 삼성의 철저한 '방어 야구'에 두산은 이렇다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마치 현미경으로 보듯이 상대를 정확하게 꿰뚫고 방어의 비책을 가지고 길목을 차단했으니 반격의 모든 기회는 자연 무산된 셈이다. 그런만큼 싱겁고 빨리 끝났다는 느낌이다.

단기전이 된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삼성의 연막작전이고 또 하나는 두터운 선수층이다.

한국시리즈 시작 전 프로야구 관계자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두산의 우세를 전망했다. 그도 그럴것이 두산은 연승 분위기에 막강 투수력을 갖추고 있었고 페넌트레이스 때의 삼성전 성적도 우위에 있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전력에 야구인들의 초점이 모아졌다. 삼성의 김재하 단장은 이에 대비, 프런트 직원들에게 철저히 자세를 낮출 것을 지시하면서 언론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의도적으로 두산의 강한 점과 삼성의 약한 점을 집중적으로 흘렸다.

"삼성이 쉽게 이길 수 없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는 선수들에게 페넌트레이스 1위라는 자존심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기분이 상한 선수들은 결속되었고 긴장하면서 철저하게 대비했다.

그러나 두산 선수들에게는 별다른 긴장감없이 삼성을 쉽게 생각하도록 작용했다. 좋은 기분에 들떠 나흘을 쉰 두산 선수들의 타격감각을 서서히 식어가게 만든 숨은 전술이 되었던 것이다.

시리즈가 빨리 끝나게 된 두 번째 요인은 두터워진 삼성의 선수층 때문이다. 김재걸, 김종훈, 김대익은 10년 이상 뛰어온 베테랑 선수들이지만 고정 스타팅멤버는 아니다. 베테랑으로 그라운드에서 늘 대기한다는 것은 결코 기분좋은 일은 아니지만 이들은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선동열 감독은 이러한 백업선수들을 1년 내내 중용해왔다. 보충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공격과 수비에서 중요한 순간의 해결사로 중용한 것이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는 이들을 고비마다 중용,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게 했다. 평소 숨은 공신이었던 이 선수들이 어쩌면 이번 시리즈의 진정한 MVP가 아닐까? 야구의 진수를 보여준 삼성 선수단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대구방송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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