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 잡았네! 땡 잡았네! 땡 잡았네!"
16일 오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결혼식을 올린 신랑 엄문식(31)씨는 신부를 안은 채 힘차게 세번 만세삼창을 외쳤다. 하객들도 이미 이런 풍경에 익숙한듯 폭소를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결혼식 사회자의 짖궂은 장난은 계속됐다. 신랑신부가 함께 춤을 추게 하고 노래를 부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신랑, 신부는 할 수 없이 듀엣곡 '사랑의 대화' 1절을 부르고 나서야 결혼식을 마칠 수 있었다.
신세대 웨딩문화가 격식에 얽매이지않은 건 오래된 일. 파격적인 결혼식문화는 이미 주례사까지 파고들었다.
이날 신랑이 다녔던 대학교수는 독특한 주례사를 선보였다. "신랑은 0.1톤이나 거대한 체구를 갖고 있었으나 결혼하기 위해 0.09톤으로 몸무게를 무려 10kg이나 줄였다. 그 노력이 가상하지 않습니까? 박수 한번 주세요."
하객들은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형식적이지 않은 주례사에 오히려 즐거워했다. 주례사 역시 길지 않았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다. 신랑신부는 건강하고 돈도 잘 벌고 사회적 명예도 얻으라"며 3분만에 주례사를 끝맺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딱딱하게 하는 결혼식보다 가볍게 웃으며 축제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요즘 추세. 결혼당사자들이 '이런 식으로 결혼식을 치러달라'며 이벤트를 설계해서 호텔예식부를 찾기도 한다.
부케던지기에도 이젠 남녀가 없다. 신부는 다음에 결혼할 친구에게 부케를, 신랑은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양복 가슴주머니에 꼽힌 작은 꽃을 동시에 던졌다. 부케와 꽃을 받은 친구가 서로 애인이 없으면 즉석에서 두사람을 맺어주기도 한다.
신혼여행 역시 급변하는 변화를 비켜갈 수 없다. 친구들은 첫날밤을 보내는 신랑신부의 숙소 바로 옆 방을 빌려 밤새 술을 마시는 등 어울려 놀기도 한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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