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대구 사람이지만 일반적으로 대구 시민은 자기 개성이 없어 보이고 보수적이어서 문화적으로 닫혀 있는 것 같아요."
파스텔 계열의 원색으로 단순하고 세련되게 패션 감각을 살려 옷을 입는 서대성(25·대구시 북구 산격1동)씨. 대구 동성로에 나가면 크게 못 느끼는데 동네 주변 길거리를 걷다 보면 자신에게 꽂히는 사람들의 시선에 '아! 내 옷차림이 좀 튀는 모양이다.' 하는 생각이 든단다.
일본에서 태어나 서울과 대구, 일본을 오가며 생활해 온 이영민(21·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씨는 옷차림이 자유롭다. 패션은 자기 개성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힙합 스타일로 빨강, 노랑 등 원색의 옷을 과감하게 입는다.
"처음 대구에 왔을 때 사람들의 옷차림이 무조건 유행만 따르고 자기 스타일이 뚜렷하게 없어 충격적이었어요."
일본 도쿄의 하라주쿠 거리, 서울 동대문시장, 대구 동성로 등지의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봤고 앞으로 옷가게를 운영하는 게 꿈인 그는 서울은 일본보다 6개월, 대구는 서울보다 2년 정도 패션 감각이 뒤처지게 느껴진다고 했다.
매일신문 주말팀은 흥미로운 설문 조사를 해보기로 했다. '패션 도시'로 불리는 대구. 최근 '컬러풀 대구'라는 이름을 내걸고 색깔 있는 도시로 거듭나려는 대구 시민들의 패션 감각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17, 18일 동아백화점 의류 매장 판매 담당자들, 대구보건대 학생, 일반인 등 10∼50대 100명을 대상으로 대구 시민의 패션 점수를 매겨보라고 하니 여성은 평균 72점, 남성은 평균 62점을 받았다. 70점을 '보통'으로 기준 점수를 제시했는데, 여성은 보통보다 조금 좋은 정도, 남성은 보통도 안 되는 점수를 받은 셈이다.
"서울에 가면 다양한 스타일이 많은데 대구에서는 옷가게에 가도 유행하는 옷만 있고 특이한 옷을 찾기 힘들어요."
때와 장소에 맞춰 기분 내키는 대로 좋아하는 옷을 입는다는 정지인(22·경산시 조영동)씨는 조금만 튀게 입어도 비슷한 또래들까지 "뭐야?" 하는 식으로 눈을 흘겨보는 게 무서울(?) 때도 있다며 웃음지었다.
대구시내 백화점이나 커피전문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20대 아가씨들의 모습은 대구의 진풍경. 큰 가방에서 두건을 꺼내 쓰고 배꼽 티를 입고 벨트를 새로 매는 등 튀는 옷차림으로 변신해 시내 거리로 나서는 그들은 "멋을 부리고 싶지만 보수적인 부모님이 옷을 난하게 입지 말라고 하셔서 가방에 옷과 소품을 따로 넣어 시내에서 갈아입었다가 집으로 갈 때는 평소 옷차림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주변에서 패션 감각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 김현희(43·대구시 중구 대봉동)씨는 "보수적인 대구지역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대부분 주변의 눈치를 많이 보고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도 정해진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대부분 유행이 아닌 옷을 과감하게 입을 용기가 부족해 보인다"고 말한 그녀는 "어머니, 할머니가 깨끗하게 입은 10, 20년 전 옷을 감각있게 코디해 입으니 오히려 개성있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