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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제청 후 고위 법관 줄사퇴라니

이용훈 대법원장이 최근 대법관 후보 3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 이후 법원장급 5명이 사표를 던졌다. 이창구 대구고법원장, 강완구 서울고법원장, 김연태 사법연수원장, 변동걸 서울중앙지법원장, 우의형 서울행정법원장이 그들이다. 대법관 제청을 받은 사시 14회 1명, 21회 2명의 선배 법관이어서 외견상으론 후배의 길을 터주는 관행적 사퇴로 보인다. 그럼에도 각별히 주목을 끄는 것은 신임 대법원장의 첫 인사 색깔인 이번 대법관 제청에 대해 하급 법원의 '말 없는 생각' 같은 걸 읽게 하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말하자면 단순한 연공서열 파괴의 불만을 넘어서는 다른 차원의 실망 표출을 우려하는 것이다. 혹여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앞세워 진보 성향의 대법관을 '대거' 발탁한 데 대한 이의 제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잖아도 새 대법관 면면은 풍부한 법률적 경륜과 균형감 있는 가치관에 우선해서 법원의 보수성을 깨는 '인적 구성'에 무게를 뒀다는 지적이 따랐었다. 그 점에서 고위 법관들의 줄사퇴는 이 대법원장의 인사 스타일을 돌아보게 한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변호인 12명 중 8명이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관'사법제도개혁위원장 등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래서 사법부까지 코드 인사냐는 거북한 소리가 나오고 있는 터이다. 만약에 일선 법관들이 내년 대법관 5명의 교체와 헌법재판소 인사 풍향 또한 그런 식으로 그리고 있다면 참으로 걱정스런 일이다.

지난해부터 대법원은 모든 판사를 대법관과 판사로만 구분해 후배나 동기의 승진에 구애받지 말고 '평생 법관'의 자긍심을 갖도록 했다. 그러기 위해 단일호봉제도 도입했지만 더 불가결한 것은 사법부 구성원이 수긍하는 인사의 운영이다. 그래야 법원 조직이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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