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잡고 앉은 소나무 밑
솔잎 하나
원고지 위 떨어집니다.
칡넝쿨처럼 툭 불거진 힘줄로
일궈낸 비탈 밭 위
동그랗게 자리잡은 아버지 묘소엔
봄마다 솔향기가 흐르는데
산밭 파 일구다 보면
아직도 툭툭 튀어 나오는
아버지의 백 고무신
걸음 걸음으로 길을 내놓으시던
소롯길 위 억새꽃엔
향연처럼
아버지 희끗한 백발이
바람타고
흩날리는데
허, 그래 내 알지 알어
퀭하니 묽은 눈으로
마지막 인사하던 아버지의 말씀
그 해 봄 솔향기처럼 번져
지금 내 원고지 위
솔잎되어 떨어집니다.
더도 덜도 말고
솔향만큼만 그윽하게 살라시던
아버지의 유언
병풍 속에 서 있는데
어디일까요
내 작은 손으로
솔꽃 한 송이 피울 수 있는 곳은
언제일까요
묘소 에워싼 소나무처럼
잎 다 진 우리네 뜨락에
그 푸르름 꿋꿋하게
수 놓을 수 있는 날은
터잡고 앉은
금오산 잔디밭 소나무 밑
편지 한 장
원고지 위 떨어집니다.
솔잎처럼 올곧게 살다가라는
아버지 편지 한 장
가을바람 타고
소롯이 내립니다.
써봐도 부치지 못할
답장 한 장
돗자리 위에서
젖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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