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월의 마지막 밤 '추억 만들기'

10월의 마지막 밤을 걷고 싶다.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팔짱 한번 제대로 끼고 "오늘은 좀 걸어볼까?"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하지만 어디서? 늘 커피숍에서 만나 가까운 식당에서 허기를 채우고 근처의 영화관이나 술집에서 마감하는 데이트였다. 그렇다면 올해 10월 마지막 밤은 주저할 것 없다. 대구에서 가까우면서도 늦가을의 정취가 흠뻑 묻어나는 밤산책 명소로 가보자.

◇대구 범물동 진밭골

진밭골. 대구 수성구 범물동의 숨겨진 산책길이다. 출발은 범물 우방미진하이츠 앞. 개천의 다리하나를 넘으면 마술같이 도시에서 바로 시골길로 접어든다. 산책길은 길다. 이곳서 진밭골 안쪽의 동네까지는 약 4㎞. 이 정도 거리를 걷기엔 아무리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도 무리다. 진밭골 입구에서 1.2㎞를 가면 왼쪽에 차를 세울만한 공터가 나온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가는 것. 밤길이지만 가로등을 환화게 밝혀뒀고 안쪽 동네 식당을 오가는 차량들이 많아 안심해도 된다.

호젓해 빨리 걸을 필요도 없다. 둘만의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만점이다. 800m 정도 걸으면 '다락 쉼터'(053-781-6693)라는 작은 찻집이 하나 있다. 건물 신축 허가가 나지않아 원래 있던 건물을 개조해 도심의 레스토랑처럼 깔끔하지는 않다. 그래도 주인 신흥률(36) 씨가 인테리어에 워낙 신경을 써 외양보다 실내가 더 운치있다.

걷기도 했고 많이 즐기기도 했다면 이젠 허기진 배를 채울 차례. 이곳서 2㎞를 더 가면 동네가 나온다. 민가 20호, 식당15곳. 간편한 식사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파계사 앞 산책길

둘이서 무슨 말을 하든 시가 될 것 같은 산책길은 팔공산에 있다. 일단 파계사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단풍은 이곳서 동화사쪽 도로 양옆으로 1㎞가량이 제일 좋다. 밤이어도 가로등 아래서 제 색깔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곳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길이라면 좀 더 호젓하고 낭만적인 산책길은 파계사 쪽에 있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파계사 앞 수령 250년된 느티나무(보호수)에서 좌측으로 돌면 야영장 쪽 일방통행 길. 차량통행은 뜸하다. 하지만 가로등에다 팔공산자연공원 파계지구관리실이 있어 안심이다. 중간중간 벤치가 있다. 한적한 벤치에 앉아 낙엽을 발로 차며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도 낭만적이다.

날이 춥다면 이 낭만을 그대로 실내로 옮겨보자. 나란히 걸었다면 이젠 마주보고 앉아 따뜻한 커피 한잔 나눌 차례. 약 1㎞의 밤산책 끝에 '커피명가 Hue'(053-985-8062)가 있다. 산책 후 함께 나누는 커피는 더욱 특별하다.

◇우방랜드와 허브힐즈

제대로 된 산책은 도시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밤에 놀이공원으로 가보자. 아기자기한 길이지만 친구와, 연인과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엔 그만이다.

가까운 우방타워랜드에도 낭만적인 길이 숨어 있다. 타워로 올라가는 찻길은 가을밤이면 풍경이 더 아름다워 청혼명소로도 알려진 곳. 위치가 높아 웬만한 대구 야경은 내려다 보인다. 타워에서 돌아내려오는 일방통행길이 더 좋다. 옷깃을 세우고 걷다가 타워 스카이라운지에 올라가 맥주나 칵테일, 주스 한잔을 마셔도 좋다. 놀이공원은 8시~9시(주말)면 문을 닫지만 이곳은 밤12시까지 영업한다.

허브힐즈(구 냉천자연랜드)도 밤길 걷기에 좋다. 정문-메타쉐콰이어 로드(약150m)-허브가든-홍단풍 산책길(약 200m)이 밤 산책길로 딱이다. 산 위쪽의 넓은 길까지 포함하면 꽤 긴시간 어깨를 감싸안고 걸을 수 있다. 특히 허브향기와 꽃모양은 가을이 최절정기. 10월 마지막 밤, 허브에 취하고 가을에 취하고 밤의 낭만에 취할 수 있다. 평일 오후7시, 주말 오후8시에 문을 닫는게 아쉽다.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 : 도심 속의 놀이공원도 10월의 마지막 밤을 거닐기 좋은 산책길이다. 허브힐즈 내 허브가든 주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