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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고용 허가제'…경북도내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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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불법체류자 근절을 위해 마련한 외국인 고용 허가제가 인력 신청에서 배정까지 3, 4개월가량 걸리는데다 일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도망가는 사례가 많아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의존율이 높은 칠곡 등 일부 공단에서는 이들이 무단이탈할 경우 외국인 연수생을 재배정받을 수 없는 규정과 연수생 계약기간이 끝나고 고용허가제로 전환되는 데 따른 고임금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무단이탈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칠곡 왜관산업단지에서 레이스 자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장칠용(53) 씨는 4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계약기간을 몇 개월씩 앞두고 잠적, 부인과 아들 등 3명의 식구들이 동원돼 제품 납기일 맞추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장씨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해 겨우 공장을 꾸려왔는데 계약기간이 몇 개월씩 남았는데도 4명 모두가 잠적해 골탕을 먹고 있다"며 한숨을 지었다. 실제로 4명 중 3명은 계약만기가 5개월이나 남았는데 이달 초 집단 이탈했으며 8월 말 귀국예정이던 베트남인(28·여)도 지난 6월 잠적했다는 것이다.

또 현재 7명의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대산실업 윤은혁(52·칠곡군 왜관읍) 대표도 외국인 근로자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등 2천60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있는 칠곡의 중소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연수기간(1년)과 취업기간(2년) 등 3년의 근무기간을 채우기 전에 무단이탈할 경우 해당 업체는 외국인 연수생을 재배정받을 수 없는 규정 때문인데 특히 외국인근로자들이 없으면 당장 공장을 세워야 할 정도로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은 칠곡 기산농공단지 등의 타격이 크다.

◆재배정도 제때 안돼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정부가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자진 출국한 뒤 6개월이 지나면 재입국을 허용한다'는 정책 아래 자진 출국을 유도한 지난 3월 이후 9월 말까지 자진 출국한 외국인 노동자 1만963명(중국교포 제외) 중 재입국하면 취업 가능한 인원 480명 가운데 10월 25일 현재 재입국한 경우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48개 업체에 326명의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김천에서는 중소기업청, 노동부 등에 배정신청을 해도 제때 공급이 안 되고 있다. 정원이 10명인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관계자는 "배정받은 연수생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바로 재배정을 받아야 하는데 2개월 전에 나간 4명의 대체인력으로 최근 3명만 배정받았다"고 말했다.

진량공단 내 자동차 부품업체인 ㅇ금속 관계자는 "2002년 파키스탄인 3명을 고용했으나 1년도 안 돼 회사를 무단 이탈해 3년 동안 산업연수생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 9월에는 외국인 숙련공 2명의 고용기간이 끝나 자진 출국한 뒤 6개월 후 재입국하겠다고 해 비행기표까지 끊어 주었으나 잠적해 버렸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임금 부담과 불법체류자 고용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산업연수생의 임금은 70만∼80만 원선이지만 고용허가제가 되면 이들에 대한 인건비 부담은 20∼30% 더 늘어난다. 그러나 업체에서는 생산성 저하를 이유로 고용허가제를 꺼리고 있다.

진량공단 내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주)세운TNS는 지난해 10월 몽골인 5명을 고용했으나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올해 2차로 인도네시아인 4명과 몽골인 1명 등으로 교체했다. 이 회사 이진웅 대리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따른 근로자를 채용하는 데 3개월~1년 정도 걸리고, 이들에게도 고용보험 등 4대 보험과 최저임금·노동3권 보장 등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산업연수생들에 비해 인건비 부담이 20∼30% 늘어났지만 생산성은 오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리는 특히 "노동부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소개만 해주고 사후관리는 미흡해 결국 기업체에서 부담을 떠안아야 된다"며 "문제가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돌려 보내고 이른 시일 내에 대체를 해야 하지만 언제 이뤄질지는 기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산 진량산업단지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현재 고유가·인력난·환율불안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에서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까지 강요하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2007년의 산업연수생제 폐지를 유보하는 동시에 고용허가제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체에서는 불법체류자들에게 눈독을 들이게 된다.

자인공단 내 한 업체 관계자는 "지금처럼 외국인 노동자 채용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불법체류자 채용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불법체류자를 근절시키겠다던 고용허가제가 결국 불법체류자 고용만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유자격 업체들이 필요한 근로자를 적기에 공급받아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고용허가제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칠곡·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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