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지금 콩가루다. 노무현 대통령에겐 돌멩이가 마구 던져지고 있다. 적군이 아니라 아군이 던진 돌멩이다. 노 대통령은 "내년 초에 '정국 구상'을 내놓겠다"며 소나기를 피했다. 국민은 "또 무슨 꿍꿍이냐" 싶어 놀란 토끼눈이다. 23대 0, 4대 0 연거푸 대망신을 했으면 민심을 받들어 당'청 쇄신이든 대통령 책임론이든 사과와 대책에 대한 복명(復命)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당'청 모두 꿀 먹은 벙어리다. 국민은 그래서 기분이 나쁘다.
흔히들 너무 어이가 없을 때, 분명 잘못은 했는데 둘러댈 말조차 궁할 때, 방귀 뀐 사람 성내듯 되레 악을 쓰거나 아예 입을 다물거나 하나를 선택한다.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악을 쓰기로 작정했고 대통령은 입을 다물기로, 두 달 후에 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연타석으로 홈런을 두들겨 맞았으면 대통령은 곧바로 국민 위무(慰撫) 작업에 나서는 것이 순서였다.
경제가 형편없다는 비판에 "형편 있다"고 대들다가 선거에 졌으면, 그리고 정체성 혼란과 편가르기식 국정이 비판받아 연패했으면 군말 없이 "민생과 타협으로 국정 분위기 바꾸겠습니다"하는 것이 옳거늘 굳이 내년 초에 무얼 밝히겠다 하고 이 총리는 예뻐죽겠다 하니 국민은 기막혀 죽겠다는 것이다.
집권당 의원들도 웃기는 분들이다. 노 대통령 때문에, 당지도부와 이 총리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니? 이러니까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입때껏 '지당 대신'하다가 왜 뒤늦게 '아니되옵니다'인가. "청와대가 개혁 과제에만 매달려 배고프다는 사람에게 풍악을 울려 준 꼴"이라는 비판은 왜 이제서야 나오는가. 노 대통령과 우리당이 계속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만을 읊으며 앙앙불락한다면 그것은 교만이다. 국정 쇄신을 위한 입장표명, 내년이면 한참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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