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엔 환율 7년만에 900선 붕괴

미 달러화에 대해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31일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7년 2개월 만에 900원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일본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한 일부 중소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은 약화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는 일본의 자본재를 싼값에 수입할 수 있어 일본 이외 시장에 수출하는 반도체·자동차 등의 업종은 큰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엔환율이 900원선 아래를 계속 유지할 경우 중소업체의 수출경쟁력도 계속 악화될 수 있어 정책당국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 수급상황이 주요인

1998년 8월 24일 이후 줄곧 100엔당 900원선 이상에서 1천 원대에 머물러 온 원·엔 환율이 900원선을 하향돌파한 것은 서울 외환시장의 수급상황 때문. 최근 들어 서울 외환시장에선 하이닉스 지분 매각에 따른 달러 공급과 월말을 맞은 수출업체의 달러 매물이 대거 유입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4영업일 연속 달러당 1천40원대 초반에 머물러왔다. 한마디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금리인상 기대 등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의 영향보다 수급관계가 더 중요시돼 왔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강세에 '순응'해 115엔대 중상위선를 지켜온 엔·달러 환율과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수출전선에 악영향은?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중화학공업과 일부 정보기술(IT) 업종의 경우 일본에서 소재·부품을 수입, 재가공한 뒤 미국 등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것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처럼 일본에서 자본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원·엔 환율의 하락에 따른 수입단가 하락으로 그만큼 이득을 보게 돼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 기업의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IT업종 등의 기술력이 과거보다 많이 향상돼 있는 점도 원·엔 환율의 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부분을 다소 커버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시장에 직접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는 원·엔 환율 하락에 직격탄을 받을 수 있다.

최희남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은 "원·엔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 수출에서 엔화표시 비중이 10%대를 조금 넘는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요인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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