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들한들 춤추는 은빛 낭만…

가을빛 물든 순천만

이 가을. 아름다운 풍경이 단풍뿐이라면 참 단조로울 게다. 지금쯤은 방송에서 헬기 타고 찍어대는 단풍소식도 한물 지나갔을 터. 이젠 가을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찾아 떠날 때다. 딱 맞는 곳이 순천만. 갯벌과 갈대가 늦가을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낸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에 섰다. 하얗게 핀 갈대꽃(갈대씨앗)에 반사되어 쪼개지는 햇살, 갈대숲을 누이며 지나가는 바람, 사각거리는 소리, 해질녘이면 벌겋게 타오르는 갯벌, 그 위로 지나가는 철새…. 이만하면 늦가을 아름다운 모든 것이 순천만에 있다. 하지만 보고듣지 않고서 어찌 그 묘미를 알랴. 순천만 갯벌과 갈대밭으로 가을여행을 떠난다.

오후 4시. 순천만 여행의 시작인 대대포구에서 갯벌탐사선을 탄다. 순천만의 속살을 볼 수 있기 때문. 순천만의 속살은 파고들면 들수록 재미있고 맛있다. 수로를 따라 넓게 형성된 갈대밭뿐만 아니라 갯벌을 가장 가까이서 본다. 대대포구 입구에서 배를 타고 습지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왕복 30분 정도의 뱃길에서는 철새들의 터전인 뻘흙 속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탐사선 흑두루미호 선장인 서근석 씨는 이따금 배를 갯가에 대고 조그만 게들의 움직임을 보게하거나 새소리를 듣게 한다.

해질 무렵 배를 타고 나간 순천만은 황홀하다. 바닷물이 빠지고 드러난 순천만의 속살. 원형의 갈대밭, 붉은빛을 내는 칠면초 군락, 철새들의 군무. 귓가를 스치는 찬바람도 잊을 만하다.

오후 4시40분. 대대포구 쪽에서 수로를 가로질러 갈대밭 중간으로 낸 탐방로를 따라간다. 환경친화적인 탐방로란다. 갈대꽃(갈대씨앗)이 흐드러져있다. 십여 분을 걸어도 갈대밭은 끝나지 않았다. 바람이라도 불면 사람 키보다 큰 갈대들이 내지르는 아우성도 장관이다. "사라락 사라락" 이 탐방로의 끝은 용산으로 연결된다. 이곳은 순천만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포인트로 낮은 야산의 정상부근이다. 대대포구에서 걸어서 30분 거리.

오후 5시10분. 일몰을 기다리며 용산 정상에 섰다. S자 모양의 수로가 갯벌을 감돌아 흐른다. 아직 물이 들어차지 않아 원형을 이루는 갈대밭도 선명하다. 갈대밭은 흡사 미스터리서클이다. 우주인들이 만든 기하학적인 무늬다. 이 원형의 갈대밭은 세포증식을 하듯 합쳐지면서 타원형을 이루다가 더 큰 원형으로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일몰이 시작되면 순천만은 색도화지다. 한쪽에선 칠면초군락이 붉은빛을 드러내고 갯벌도 거울처럼 붉은 하늘빛을 반사해낸다. 오후 6시쯤. 용산에서 내려와 대대포구 앞 둑길을 따라간다. 순천만가든 조금 못미처 오른쪽으로 휘어진 곳에서 내려서면 갈대밭 속이다. 탐방로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갈대밭 속 오솔길이다. 아직 완전한 어둠이 내리지않아 영화 속의 소녀 같은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오솔길 양편으로는 한치의 틈도 없이 빽빽한 갈대들이 갯벌을 뒤덮고 있다.

낮이라면 둑길을 따라가다 순천만가든을 지나야 제대로 된 갈대밭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 둑길의 끝은 일출을 볼 수 있는 우명마을과 화포다. 화포의 일출은 용산의 일몰과 대대포구 아침 안개와 더불어 순천만의 3대 사진포인트다. 이 가을. 한줄기 바람에도 마음이 흔들린다면 가을을 탄다는 증거. 순천만이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다.

순천시는 4일부터 6일까지 '2005 순천만 갈대축제'를 연다. 문의=061)749-3625.

순천시청에서 매일 2개 노선을 운영하는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오전 9시40분 순천역 앞(택시 타는 곳 뒤편)에서 출발하는 1코스(순천역~낙안읍성~고인돌공원~송광사~순천만~순천역)와 오전 9시50 역시 순천역 앞에서 출발하는 2코스(순천역~순천만~낙안읍성~선암사~순천역)가 있다. 관람료와 식비만 본인 부담이다. 시티투어 문의=061)749-3328, 749-3742.

▶먹을거리=대대포구엔 짱뚱어와 민물장어 요릿집이 몇 곳 있다. 짱뚱어는 현재 겨울잠을 위해 잠복한 상태. 내년 봄에 다시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짱뚱어탕을 맛보는 데는 지장 없다. 매콤하면서도 된장을 넣은 국물 맛이 시원하다. 네 사람기준 3만 원.

글·사진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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