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쇄 소방도로 돌려달라"

서구 평리2동 주민 180가구 "수십년째 이용" 구청서 집회 대책 요구

"소방도로를 돌려주세요."

서구 평리2동 180가구 주민 150여명은 3일 오전 서구청 앞에 모였다. 주민들이 이용해왔던 소방도로가 갑자기 사라지게됐다며 "도로를 돌려달라"는 집회를 연 것.

지난 달 초 구청에 진정서까지 낸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아파트가 이 일대에 들어설 경우 수 십년째 이용해 오던 폭 8m, 길이 200~300m에 이르는 소방도로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 도로 자리를 아파트가 차지하는 바람에 주민들의 통로가 막힌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22년째 소방도로 바로 앞에서 쌀가게를 하는 김숙자(65)씨는 "신평리시장이나 구청 방면으로 볼 일이 있으면 주민들이 늘 지나다니던 길"이라며 "주민 동의도 없이 아파트를 허가해 준 구청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일대에서 3년전부터 과자공장을 운영하는 임충빈(56)씨도 "아파트 신축계획서가 나온 올 7월에서야 소방도로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도로 경계 부분을 아파트 옹벽으로 막으면 일대 주택가는 공중에 붕 뜬 꼴이 되며, 개발 낙후 지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주민들은 180가구가 모여사는 자기 동네만 '쏙 빼놓고' 이 일대에서 각종 재건축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 동네는 고지대라 아파트 공사가 어렵고, 연립 주택이 많아 재건축 사업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

때문에 소방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쪽엔 20층짜리, 서쪽엔 15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지만 유독 이 일대만은 개발대상에서 소외되고 있다. 주민들은 "구청이 나서 균형개발에 나서야 할 판에 있는 도로까지 없애버리니 말이 안된다"며 "주민 불만이 폭발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은 "지난 해 5월부터 올 4월까지 주민공람, 구의회 의견 청취,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교통영향평가 등의 적법 절차를 거쳐 소방도로 폐도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려줬다"고 했다. 또 "행정기관에서는 당연히 균형개발을 원하지만 사업성 판단은 민간의 몫"이라며 "아파트 단지 외곽도로와 주택 경계부분 소방도로를 확장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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