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전이 계명대 행소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집트 람세스 4세 석상을 비롯해 335점의 세계적 유물이 대구를 찾았다. 그 자체로 인류의 역사라 할 만큼 말로는 가치를 논할 수 없는 유물들이다. 전시 유물도 다양하고 시대적 범위도 넓다. 그만큼 무엇을 볼 것인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해 남는다. 계명대 이진우 총장이 도움을 줬다. 역사교육과 자녀교육의 좋은 기회가 될 이번 전시회의 관람 포인트를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다.
대구의 문화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수 있는 '대영박물관-대구전'이 아름다운 계명대학교 성서 캠퍼스에 찾아왔다. 동서고금의 인류문명사를 망라한 세계적인 유물 335점이 전시되고 있으니 멀리 영국을 방문하지 않고서도 문화적 명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런던에서나 볼 것을 대구에서 보게 되니 고마운 일이지만, 우리는 이번에도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박물관 앞에 늘어선 줄이 길면 길수록, 우리의 관람시간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에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의 대답은 늘 간단하다.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은 대개 인류 기억의 산물이니 우리도 하나라도 기억에 담아두자. 관람을 마친 후 무엇인가를 기억에 남기고 싶다면, 우리는 서두르지 말고 하나만이라도 차분히 보아야 한다.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조급함'은 올바른 감상을 방해한다. 마음에 드는 유물과 작품 앞에서 조금 더 시간을 가지면, 우리는 그 뜻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 한 작품에서 다른 작품으로 빨리 달려가지 않고 천천히 감상하려면, 상징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상징을 알면 비로소 작품이 보인다.
르네상스 서구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프린트·드로잉관에는 천재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1514년 작품 '멜랑꼴리아'(Melencolia)가 걸려 있다.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이 작품은 현대의 또 다른 천재 화가 피카소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명하다고 해서 눈여겨보아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턱을 손에 괴고 길게 늘어진 날개를 달고 있는 여인의 절망적인 분위기는 작품에 대한 열정을 상실해 버린 예술가의 '우울'(멜랑꼴리아)을 표현한다.
하나만을 제대로 보기로 하였으니 이 작품을 찬찬히 뜯어보자. 여인의 주위에는 예술가가 판화를 할 때 사용하는 많은 도구들이 묘사되어 있다. 뒤러의 이 작품은 당시 유행하였던 연금술의 상징들로 가득 차 있으니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예컨대 오른 편 위쪽에 있는 숫자가 새겨진 사각형은 우울을 치료해준다고 생각한 마법의 사각형이다. 수를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더하면 모두 같은 숫자 34가 나온다. 3은 유한한 삶을, 4는 무한한 정신세계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렇게 찬찬히 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문득 든다. 나의 삶은 무엇으로 그려질 수 있을까?
이진우/계명대학교 총장
사진: 알브레히트 뒤러 작 '멜랑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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