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십자기구의 제3표장 채택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외교회의가 다음달 개최된다. 국제적십자기구 창설의 기초인 1929년 제네바 협약문서의 수탁국인 스위스는 다음달 5일과 6일 이틀 동안 외교회의를 통해 제3표장 채택문제를 공식 논의키로 결정하고 192개 체약국 정부에 참가를 초청했다고 8일 밝혔다. 다음달 소집될 공식 외교회의에서는 흰 바탕에 붉은 십자(赤十字)와 붉은 초승달(赤新月) 등 각국 적십자사가 기존에 사용하는 표장 외에 적수정(赤水晶) 표장을 추가할지 여부를 결론낼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외무부는 적수정이 아무런 국가, 종교, 문화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기존의 표장을 거부하는 일부 국가 적십자사들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채택을 자신하고 있다.
스위스가 제시한 방안은 이스라엘의 재난 구호단체인 '마겐 다비드 아돔(다윗의 붉은 별)'이 적수정 안에 별을 그려넣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여타 국가 적십자사도 3개 표장 가운데서 하나를 선택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스라엘 정부 측은 자국의 국제무대 복귀를 위한 진일보라면서 환영하고 있고 팔레스타인 측도 스위스의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제네바협약 체약국들이 제3표장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데는 복잡한 종교·정치적 상황이 얽혀 있다. 현재 사용되는 표장은 스위스 국기와 터키 국기의 색깔을 거꾸로 만든 것이다.
스위스의 인도주의자 앙리 뒤낭의 주창으로 1863년 적십자운동이 출범할 당시 붉은색 십자 표장이 사용됐고 1929년에 붉은 초승달이 추가됐다.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1876년 러시아와 전쟁을 벌일 때 터키의 '오토만 전상자 구호협회'가 적십자 표장 사용을 종교적 이유로 거부하고 대신 붉은 초승달을 쓰기 시작했고 이름도 적신월사로 바꾼 데서 비롯된다. 현재 두 표장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자체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국가 적십자사로는 이스라엘과 에리트리아가 있지만 초점은 역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마겐 다비드 아돔은 독립 당시인 지난 1949년 국제적십자운동 가입을 신청했으나 종교상의 이유로 적십자와 적신월 표장을 거부해 가입이 좌절됐다.
이스라엘 가입 문제는 그 이후 단 한 번도 표결에 부쳐진 바 없었으며 스위스가 지난 2000년 10월 이 문제를 재론하기 위해 추진한 외교회의 개최도 팔레스타인 민중의 제2차 인티파다(봉기)가 발생하는 바람에 이를 취소하고 말았다.
국제적십자운동의 상설기구인 상치위원회는 지난 1995년부터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일부 적십자사의 회원 가입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난 2003년 제27차 국제적십자회의에서 조속한 해결방안의 모색을 결의했다.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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