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14일 회동 결과가 알려지면서 우리당은 무력감에 빠진 분위기다. 최근 급속 냉각된 당·청 관계가 이날 회동을 계기로 '해빙'의 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노 대통령은 "이(당정 분리) 원칙은 정치문화의 변화에 따라 세워지고 지켜온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청 관계의 변화를 주장했던 우리당 의원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당혹스러움을 넘어서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기류까지 감지됐다.특히 일부 강경파 호남의원들은 "영남과 합치면 지역주의 극복이고 호남과 합치면 지역주의 회귀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이들 의원은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언급한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모양새는 자제하는 눈치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계승자' 발언을 계기로 어렵사리 불씨가 살아난 통합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불쾌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노 대통령이 총체적 위기에 빠진 여권의 문제점에 대한 우리당 의원들의 진단과 처방을 '단칼'에 일축함으로써 당·청 간 냉각기류가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
이 같은 반발기류는 민주당과의 통합논의를 둘러싼 당내 갈등양상으로 번질 소지가 크고, 이 경우 비상과도체제가 들어선 여당을 또다시 내홍 속으로 밀어넣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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