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터키 이스탄불의 슈코루 사카코글루 경기장. 열화같은 공격을 퍼부은 터키가 스위스에 4대2로 승리했지만 경기 후 터키 선수들은 울분을 못 이기고 스위스 선수들에 엉겨 붙었다. 나흘전 열린 원정 경기에서 0대2로 패배, 세골 차 이상 이겨야 월드컵 축구대회 본선 진출이 가능했지만 두 골 차를 내는 데 그쳤고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월드컵 본선 티켓을 스위스에 내주고 말았기 때문이다.
터키가 끝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월드컵의 징크스'가 다시 한 번 들먹여졌다. 터키는 2002한·일 월드컵 4강 팀이고 월드컵 4강 팀 중 한 팀은 다음 월드컵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징크스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대회때부터 생겨났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4강팀 프랑스는 90년 이탈리아 대회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90년 대회 4강팀 영국, 94년 미국 대회 4강팀 스웨덴, 98년 프랑스 대회 4강팀 네덜란드도 잇따라 다음 대회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 징크스의 덫에 걸려든 팀들의 면면에서 떠오르는게 없는가? 있다. 모두 유럽 팀들이라는 것이다. 유럽에는 13장의 월드컵 티켓이 배정되어 있지만 강호들이 즐비해서 4강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다음 대회 본선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월드컵의 역사에는 적지 않은 징크스가 있는데 전 대회 우승팀이 다음 대회 개막전에서 고전하는 '개막전 징크스'도 유명하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 우승팀 브라질은 74년 서독월드컵 개막전에서 유고와 고전 끝에 0대0으로 비겼고, 74년 대회 우승팀 서독도 78년 아르헨티나대회 개막전에서 폴란드와 득점없이 무승부에 그쳤다. 78년과 86년 대회 우승팀 아르헨티나는 82년과 90년 개막전에서 벨기에와 카메룬에 각각 0대1로 덜미를 잡혔고 82년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는 불가리아와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90년 대회 우승팀 독일도 94년 볼리비아에 힘겨운 경기 끝에 2대1로 이겼고, 94년 챔피언 브라질 역시 98년 대회 개막전에서 스코틀랜드의 저항에 막혀 2대1로 겨우 승리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전은 더 충격적인 결과를 낳았다. 98년 대회 우승팀 프랑스는 검은 돌풍 세네갈에 0대1로 무릎을 꿇은 뒤 16강에 오르지도 못하고 귀국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대회부터는 전 대회 우승팀이 자동 출전하는 규정을 없앴고 개막전 경기의 달갑지 않은 영광은 개최국에게 주어졌다. 2002년 대회 우승팀 브라질은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했으나 개최국 독일이 개막 경기를 하게 된 것이다. 독일 내에서는 개막전 징크스를 의식, 브라질에 개막전을 양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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