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들은 입시철이면 다소 민망한 안내문을 내건다. '교수 출입 금지!'. 교수들이 고교에서 박대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대입 정원은 2006년 65만5천여 명인데 비해, 내일(23일) 수학 능력 시험을 치를 입시생은 59만3천여 명에 불과하다. 4년제든, 전문대든 6만2천 명의 신입생을 채우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국제 경쟁력은 거론할 필요도 없이 대학의 원초적인 생존 경쟁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따라지 대학'은 퇴출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경쟁력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 교수들은 뛰어난 논문을 쓰고, 발표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아야하며, 신입생들을 사회의 동량으로 키워서 내보내야 한다. 교수들이 '연구'와 '수업'이라는 양대 의무를 얼마나 충실하게, 독창적으로 지켜주느냐가 대학 생존과 직결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급한 김에 한 명이라도 신입생을 더 유치하기 위해 인맥만 동원하다 보니 '출입 금지'란 딱지를 받게 되는게 아닐까.
◇그런데도 교수들은 아직 이런 위기감을 잘 실감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최근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일부 서울대 교수들의 수업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특정일에 수업을 몰아 넣고, 다른 날은 학교에 나오지 않거나 주중에 골프를 치고 수업을 소홀히 하는 서울대 교수들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정 총장이 자기 얼굴에 침 뱉기식 질타를 했을까 싶지만, 그래도 연구를 하기 위해 수업을 뒷전으로 미룬 교수들이 많다면 다행이다. 실제로는 제대로 된 연구도 않으면서 교수 평가에만 잔머리를 돌려 수업과 연구에 소홀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교수들이 세계적인 연구를 하고, 질 높은 수업을 하려면 현행 '교수 평가제'의 문제점을 걸러 주어야 한다.
◇'교수 평가제'를 실시하기에 그나마 '철밥통'으로 인식돼 온 교수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하기는 했다. 그러나 아직 단순히 학술지 논문 게재 건수나 연주회'전람회 횟수를 실적으로 평가하는 계량적인 관행이 통하고 있다. 그래서 음대 교수 중에는 청중 없는 연주회를 갖거나, 낯 내기식 출연 팸플렛으로 점수를 따서 평가를 통과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제자 논문에 이름만 걸치는 교수도 있다. 건수 평가에서 벗어나 질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교수 출입 금지'도 사라지지 않을까.
최미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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