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대 국회 立法능력 '부끄러운 13.6점'

본란은 지난 봄 '독도에 호텔 세울 뻔한 의원 입법'을 지적했다. 아마추어 입법의 위험성'낭비성을 꼬집은 것인데, 17대 국회 3년 동안 의원들이 제출한 입법안의 통계를 보니 전혀 개선된 바 없음에 딱하고, 거듭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과 그 보좌관들은 왜 좀 더 치밀하지 못한가, 왜 좀 더 성실하지 못한가, 법리와 수치에 왜 좀 더 밝지 못해 시간과 정력과 세금까지 낭비하는가.

실속 없는 17대 국회 의원 입법을 보니 3년 동안 발의 건수 총 2천600건에 통과율(가결률)은 13.6% 335건이다. 발의 법안 중 예산추계서가 첨부된 375건의 소요 예산을 집계해 보니 5년간 253조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는 꼴이요, 리모델링 비용이 재건축 비용보다 몇십 배 비싼 꼴이다.

건(件)수 올리기용 경쟁의 실상은 부끄럽다. 기존 법조문의 '~할 수 있다'는 조항을 '~하여야 한다'로 몇 자 슬쩍 바꾼 것에서부터 다른 의원이 추진 중인 것을 커닝한 듯한 법안, 대중의 입맛에는 맞으나 위헌성이 다분한 법안 등 함량 미달의 법안이 적지 않다.

대형 소매점 영업 시간 규제 법안, 제대 사병 퇴직금 주기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일 터이다. 현재까지 제출된 의원 입법안 중 처리된 게 약 1천 건인데, 그 중 법률안으로서의 기본 구성 요건조차 갖추지 못해 중도 철회된 것이 무려 45% 450건이라면 의원들이 얼마나 질보다 양에 급급했나를 증명해 준다.

국회 측은 이런 졸속'부실 입법의 핑계를 '시민단체들의 채점' 때문이라고, 그리고 초선 의원이 186명이나 되기 때문이라고 둘러댈 수 있다. 또 국회 법제실의 입법 지원 시스템(인력)의 부족을 탓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이런 것들도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통과율 13.6%-100발을 쏘아서 13발밖에 못 맞히면 수족(手足)이 시원찮다고 볼 밖에 없다. 남 탓 말고 분발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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