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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뒤 공원 숲길

낮달이 노송 사이에 걸려 있고

고사목의 밑동을 반으로 자른 통나무 의자에

일찍 온 가로등 흰 빛만 혼자 앉아 있다(…)

검게 박혀 있는 옹이가

관절염의 통증처럼 쑤셔오면

반으로 남은 인생의 쓸쓸함이 함께하는 마음이 일듯

지나온 세월이 불빛에 흐른다(…)

이제 눈비 내리고

비바람 부는 밤에도 고정되어 흔들 일 없지만

깎고 페인트칠한 통나무 의자

세월이 고이고 있다

반으로 헤어진 굽어진 허리의 쓸쓸함이

석양에 빛난다

김승희(1952~ ) '노인'

우리도 언젠가는 곧 노인이 되어서 흘러간 세월을 반추하게 될 때가 옵니다.

노인이 되면 밤과 낮의 구분이 되지 않고, 항시 수면 상태에서 깨어있어도 늘 조는 듯합니다. 이른바 가까이 다가와 있는 죽음을 미리 연습하고 있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글쓴이는 이런 소외 세대를 시적 테마로 선택함으로써 우선 사회적 삶과 인간적 삶의 균형잡기에 대한 건강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나타내 보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요즘 젊은 사람들이 버릇없고, 경망스럽다는 불평과 탄식을 해댄다 하더라도 이러한 시각을 가진 분들이 우리 사회의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면 미래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 시는 전반적으로 쓸쓸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지니고 독자들로 하여금 연민과 측은지심을 발동시키게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글쓴이의 마음자세는 진실하고 건강한 가치관으로 채워져 있으며, 우리는 이를 따뜻한 신뢰의 마음으로 수용하게 됩니다.

이동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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